화려한 이름값만 놓고 보면 흥행 기대작이라는 표현이 전혀 과하지 않았다. 구교환, 고윤정, 오정세, 강말금, 박해준, 한선화까지 묵직한 배우들이 대거 포진했고,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쓴 박해영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만으로도 방송 전 관심은 충분히 뜨거웠다. 여기에 MBC ‘21세기 대군부인’과의 맞대결 구도까지 더해지며 JTBC 새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첫 방송 전부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받아든 첫 성적표는 의외였다. 첫 회 시청률은 2.2%. 기대치를 감안하면 아쉬움이 크게 남는 수치였다.

19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첫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1회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2.2%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MBC ‘21세기 대군부인’이 4회 만에 전국 11.1%, 수도권 11.3%, 분당 최고 13.8%를 찍으며 흥행 가속 페달을 밟은 것과 비교하면 출발의 체감 온도 차는 더 선명해진다. 특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전작 마지막 회 성적인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첫 방송 수치를 받아들며, 초반 분위기 반전에 숙제를 떠안게 됐다.
물론 이 숫자 하나만으로 작품의 성패를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박해영 작가의 작품은 늘 빠르게 소비되는 드라마와는 결이 달랐고, 자극보다 감정의 결을 천천히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진가를 드러내 왔다. 다만 첫 회 시청률 2.2%는 분명히 상징적이다. 캐스팅과 제작진, 경쟁 구도, 화제성까지 고려했을 때 기대보다 낮은 출발이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결국 관건은 첫 회의 낮은 수치를 딛고 작품 고유의 힘으로 반등 흐름을 만들 수 있느냐다.
기대는 컸는데 숫자는 낮았다...첫방 2.2%가 더 아쉽게 보이는 이유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첫 회 2.2%가 더 아쉽게 읽히는 이유는 단순히 숫자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은 방송 전부터 구교환과 고윤정의 조합, 박해영 작가의 신작, 차영훈 감독 연출이라는 조합으로 강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경쟁작으로는 아이유, 변우석 주연의 ‘21세기 대군부인’, 또 다른 주말극인 ‘신이랑 법률사무소’까지 거론되며 자연스럽게 주말 안방 승부의 한 축으로 주목받았다. 즉, 조용히 출발한 작품이 아니라 애초에 관심을 많이 받은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2.2%는 더 의외의 수치로 다가온다.
더욱이 상대작은 이미 기세가 붙은 상태다. ‘21세기 대군부인’은 1회 7.8%로 출발한 뒤 4회 만에 11.1%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다. 입헌군주제 배경의 신분 타파 로맨스라는 선명한 장르적 매력, 아이유와 변우석이라는 스타성, 빠른 전개가 시청자층을 빠르게 붙잡았다. 반면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내면의 불안과 질투, 결핍을 응시하는 정적 무드의 작품이다. 이 장르적 차이가 첫 주 성적표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박해영표 위로는 살아 있었다...첫 회부터 내면을 정면으로 찔렀다

시청률은 기대보다 낮았지만, 작품의 결까지 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해영 작가는 이번에도 인물의 가장 초라하고 치졸한 감정을 정면으로 끄집어냈다. 잘난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만 인생이 풀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인물, 그로 인해 시기와 질투에 잠식된 사람의 내면을 이번 드라마는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박 작가 특유의 통찰력 있는 대사와 담담한 위로는 첫 회부터 분명하게 살아 있었다.
1회는 20년째 감독 데뷔를 하지 못한 황동만의 삶을 중심으로 흘렀다. 황동만은 형편없는 영화를 보며 신랄하게 비난하고, 훌륭한 영화를 보면 샘이 나 미칠 만큼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남의 성공에 쉽게 무너지고, 자기 삶의 초라함에 끊임없이 상처 입는다. 이 위태로운 심리는 그가 늘 손목에 차고 다니는 ‘감정 워치’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무직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심박수가 치솟고, 빨간 경고등과 함께 ‘격한 수치’가 표시되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감정의 핵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차영훈 감독의 연출 역시 인물의 바닥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했다. 시기와 질투, 자괴감과 결핍을 무겁게만 밀어붙이지 않고 위트와 기발한 미장센으로 비틀어낸 점도 눈길을 끈다. 박해영 작가가 만들어내는 인물의 언어와 차영훈 감독의 화면 감각은 첫 회부터 분명한 톤을 형성했다. 문제는 이 작품의 강점이 곧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감정의 농도는 깊지만 즉각적인 속도감이나 자극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호흡이 느리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구교환·고윤정은 선명했다...배우들의 힘은 확실히 보였다

이 작품의 가장 확실한 자산은 배우들이다. 구교환은 황동만이라는 인물을 통해 초라함과 비뚤어짐, 우스움과 비애를 동시에 끌어안았다. 영화 한 편 제대로 만들지 못했으면서도 영화에 대한 자존심은 누구보다 큰 인물, 남의 성취 앞에서 쪼그라들면서도 독설은 멈추지 못하는 인물을 특유의 결로 설득해냈다. 자칫 비호감으로만 흐를 수 있는 캐릭터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결국 구교환의 얼굴과 리듬에서 나왔다.
고윤정의 존재감도 분명했다. 변은아는 황동만의 결핍과 잠재력을 동시에 알아보는 인물로, 극 초반부터 황동만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는 역할을 맡았다. “시나리오 궁금해요”라는 한마디에 황동만의 감정 워치에 처음으로 초록불이 켜지는 장면은 두 사람 관계의 시작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오정세, 강말금, 박해준, 한선화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황동만을 둘러싼 세계를 입체적으로 채워 넣었다.

제작발표회에서 구교환은 이 작품에 대해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하고 싶다' 뿐이었다”라고 했고, “'나에게도 이런 인물을 만나는 기회가 생기는구나' 생각해 신기했다”라고 말했다. 또 “실재한다면 동만이가 연출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고윤정 역시 구교환에 대해 “동만이라는 캐릭터가 구교환 선배님과 싱크로율이 되게 높았다”라고 말하며 “저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너무 다채롭게 연기를 해주셨다”라고 전했다. 배우들의 이런 확신은 화면 안에서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확보했다.
결국 숙제는 분명하다...호불호 넘고 반등할 수 있느냐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첫 회 반응은 예상대로 호불호가 엇갈렸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던 이유도 분명하다. 묵직한 키워드, 현실적인 감정 전개, 느린 호흡은 누군가에겐 깊은 공감으로 다가오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진입 피로감을 줄 수 있다. 반면 “구교환 배우 연기 잘하고 매력 있다”, “내가 살아온 인생 같다”, “딱 요즘 밤에 필요한 느낌” 같은 반응도 분명 존재했다. 결국 이 작품은 처음부터 모두를 한 번에 사로잡는 방식이 아니라, 맞는 시청자에게 천천히 스며드는 방식을 택한 드라마에 가깝다.
문제는 주말극 경쟁 환경이 그리 느긋하지 않다는 데 있다. 상대는 이미 화제성과 시청률 모두를 장악한 ‘21세기 대군부인’이다. 차영훈 감독이 “같이 방송되는 작품들 다 좋고 재밌는 작품이라 1등할 자신은 없지만, 욕심은 있다”라고 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또 그는 “‘모자무싸’가 같이 이야기 되는 작품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결국 이 작품이 살아남는 방식은 단순하다. 첫 회의 2.2%에 흔들리기보다 박해영 작가 특유의 감정선과 배우들의 힘을 꾸준히 축적해, ‘느리지만 끝내 빠져드는 드라마’라는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첫 성적표는 아쉬웠지만, 아직 승부를 단정하기엔 이르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