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들어선 직후 차량들이 잇따라 멈춰 섰다. 체납 차량 자동판독장치가 번호판을 읽어내자 현장에 배치된 경찰과 도로공사 인력이 곧바로 차를 세웠다. 단속 시작 3분 만에 첫 적발 차량이 나왔고, 6시간 동안 전국 8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붙잡힌 체납 차량은 1077대에 달했다. 단속 지점에 들어서자마자 차량이 포착되는 이번 장면은 단순한 현장 점검이 아니라, 상습 체납과 반복 위반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한 경고에 가까웠다.

경찰청은 지난 16일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전국 8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상습 체납 차량 합동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단속 차량은 1077대, 체납 금액은 총 5억 38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경찰 과태료 체납 차량이 1012대, 도로공사 통행료 체납 차량이 65대였다. 현장에는 경찰 1195명과 도로공사 80명 등 총 1275명이 투입됐고, 자동판독장치를 탑재한 단속 차량과 암행순찰차, 오토바이까지 동원됐다. 숫자만 봐도 이번 단속이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됐는지 알 수 있다.
톨게이트 진입 순간 포착...AI가 골라낸 8곳의 정밀 단속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10시께 경기 구리·남양주 톨게이트 토평IC 방향 현장에서는 단속 개시 3분 만에 1톤 트럭 한 대가 체납 차량 자동판독장치에 포착됐다. 경찰이 차량을 세운 뒤 확인한 체납액은 20만 원이었다. 과태료 30만 원 이상을 60일 넘게 내지 않아야 하는 번호판 영치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아 납부 안내만 받고 이동했다. 단속 초반부터 적발 사례가 즉시 나온 것은 이번 작전이 우연에 기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단속 지점 선정에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활용됐다. 경찰은 체납 차량의 이동 경로와 통행 패턴을 사전에 분석해 적발 가능성이 높은 8개 톨게이트를 골라 동시 단속에 나섰다. 차량 흐름이 많은 곳을 무작정 고른 것이 아니라 실제 체납 차량이 지나갈 가능성이 큰 구간을 정밀하게 겨냥한 것이다. 자동판독장치가 번호판을 읽고, 현장 인력이 곧바로 뒤따르는 방식으로 단속 효율을 끌어올렸다. 톨게이트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포착된다는 인식이 퍼질수록 체납 차량 운전자에게는 심리적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몰랐다”는 운전자들...항의 끝 완납도, 현장 안내도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체납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은색 승용차를 몰던 40대 여성은 조수석에 고령 남성을 태운 채 19만 7000원 체납으로 차량이 압류 상태라는 안내를 받았다. 단속원이 압류 사실을 설명하자 여성은 항의하며 차에서 내렸지만, 결국 현장에서 체납액을 납부한 뒤 자리를 떠났다. 체납액이 아주 크지 않더라도 오래 방치되면 압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몰랐던 사례다.
반면 31만 원을 체납해 번호판 영치 대상이던 승용차 운전자는 촬영에 반발하며 언성을 높였지만 결국 완납했다. 이날 가장 오래 걸린 사례는 SUV 차량 운전자였다. 체납액 50만 원 가운데 영치 대상 금액만 먼저 납부하도록 안내하는 과정에서 현금 부족과 모바일뱅킹 미사용 문제가 겹치며 약 40분이 소요됐다. 현장 경찰관은 고령 운전자들이 우편 고지서에는 익숙하지만 모바일 납부 시스템에는 낯설어 과태료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단속이 단순 적발을 넘어 납부 안내와 제도 설명까지 함께 이뤄지는 이유다.
3개월 만에 5만 대 넘어섰다...상습 체납 더는 봐주지 않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교통 과태료 체납 차량 단속은 5만 554대, 징수액은 215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 3190대, 100억 원과 비교하면 단속 차량은 118%, 징수액은 114.6% 늘었다. 단속 강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뜻이자, 그만큼 장기간 누적된 체납 차량도 많았다는 의미다. 이번 1077대 적발은 그런 기조가 고속도로 현장으로까지 확대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법적 기준도 분명하다. 번호판 영치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55조에 따라 과태료 30만 원 이상을 60일 넘게 체납한 차량이 대상이다. 운행정지 명령 차량이나 불법 명의 차량을 운행하면 자동차관리법상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상습 통행료 미납 역시 편의시설부정이용 혐의로 형법상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은 운행정지 명령 차량, 불법 명의 차량, 상습 위반 차량에 대해선 형사처벌도 추진할 방침이며, 지난 2월 2일부터는 일명 대포차 집중수사기간도 운영 중이다. 규칙을 반복적으로 어겨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깨겠다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우회전도 두 달간 집중 단속...결국 목적은 보행자 안전이다
경찰의 집중 단속은 체납 차량에서 끝나지 않는다. 경찰은 4월 20일부터 6월 19일까지 2개월간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에 대한 집중 단속도 벌인다. 2023년 도입된 우회전 일시정지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키고, 우회전 사고에 취약한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는 1만 4650건 발생했고 75명이 숨졌으며 1만 8897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42명, 즉 56%가 보행자였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층은 23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이 36.3%인 점과 비교하면 우회전 상황에서 보행자 위험이 훨씬 크다는 게 경찰 분석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우회전하려는 운전자는 전방 신호가 빨간불일 경우 진행 방향의 정지선이나 횡단보도, 교차로 앞에서 일시정지해야 한다. 우회전 후 만나는 횡단보도에서도 보행자가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는 경우 멈춰야 한다. 이를 어기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경찰은 일시정지 없이 그대로 통과하거나, 앞 차량이 멈췄다는 이유로 경적을 울리는 등 법규 오인이 여전하다고 보고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을 중심으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이 상습 체납 차량 합동단속이나 우회전 통행 방법 위반 집중 단속처럼 운전자를 상대로 주기적인 단속을 이어가는 이유는 단순한 적발 실적 때문만은 아니다. 반복적이고 고의적인 법규 위반은 교통질서를 무너뜨리고, 결국 더 큰 사고와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상습 체납 차량은 차량 관리와 법규 준수 의식이 낮을 가능성이 있고, 우회전 위반 역시 교차로 사고와 보행자 위험으로 직결될 수 있어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이 같은 집중 단속은 운전자들에게 법규 준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단속이 느슨하다고 여겨지면 일부 운전자들은 위반을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정기적이고 예고된 단속이 반복되면 언제든 적발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신호 준수, 올바른 차로 변경, 교차로 회전 질서 유지, 체납 해소 등으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교통문화 개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런 단속은 사고 예방과 공공질서 확립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겨냥한다. 이번 톨게이트 단속이 보여준 6시간 1077대라는 숫자는 그 경고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결국 운전자에게 필요한 건 단속을 피하는 요령이 아니라, 단속이 없어도 지켜야 할 기본을 지키는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