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비부모들 사이에서 아기의 성별을 확인하고 기념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호텔 패키지나 맞춤 제작 케이크가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집 근처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9800원짜리 파인트 한 통으로 설렘을 만끽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18일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출생·사망통계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 4500명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2024년 23만 명대까지 떨어졌던 수치가 반등한 배경에는 혼인 건수 증가와 정부의 출산 지원책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이 33.8세로 높아지면서 어렵게 얻은 아기와의 첫 순간을 특별하게 기록하려는 이벤트형 소비는 더욱 정교해지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젠더리빌 문화다. 미국에서 유입된 이 문화는 본래 파티를 열어 풍선을 터뜨리거나 케이크를 잘라 내부 색상으로 성별을 공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SNS를 기반으로 한 실용적이고 즉각적인 아이스크림 젠더리빌이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이 방식의 핵심은 배스킨라빈스의 파인트 규격을 활용하는 것이다.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철저히 계획된 연출을 필요로 한다. 산부인과 검진 후 의사가 적어준 성별 쪽지를 예비부모도 보지 않은 채 매장 직원에게 전달하는 것이 시작이다. 단순히 맛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담는 순서와 각도를 세밀하게 요청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들이면 푸른색 계열인 슈팅스타나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을, 딸이면 분홍색 계열인 베리베리 스트로베리나 체리쥬빌레를 중간층에 깔도록 유도한다. 보안의 핵심인 가장 윗부분은 바닐라나 아몬드 봉봉처럼 내부 색상이 비치지 않는 밝은색으로 두껍게 덮어 서프라이즈 효과를 극대화한다.

SNS상에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까지 공유되고 있다. 숟가락으로 윗면을 평평하게 눌러달라거나 뚜껑 안쪽에 색이 묻어 미리 들통나지 않게 담아달라는 식의 노하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유행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고물가 시대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족끼리 소박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한 예비모는 케이크는 예약도 힘들고 가격도 비싸지만 아이스크림은 퇴근길에 편하게 들러 준비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비스 현장의 고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매장 직원이 바쁜 시간대에 정해진 매뉴얼을 벗어나 층층이 가로로 담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성별 쪽지를 읽고 알맞은 색상을 매칭해야 하는 과정이 업무 외적인 부담이며, 실수가 발생했을 때 돌아올 항의에 대한 심리적 압박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바쁜 매장에서는 민폐일 수 있으며 일종의 무료 맞춤 제작을 요구하는 셈이라는 비판적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독특한 디지털 전시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쇼츠를 통해 뚜껑을 여는 찰나의 반응을 영상으로 기록하기에 아이스크림의 선명한 색 대비가 좋은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출생아 수는 늘었지만 육아 비용 부담이 큰 현실에서 젊은 부모들이 작은 사치와 인증샷 문화 사이의 접점을 찾은 결과라고 분석한다. 다만 개인의 기념 문화가 서비스 노동자의 인내를 담보로 삼지 않도록 적절한 에티켓과 상호 존중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새 생명을 축하하는 순수한 의미가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존하며 새로운 문화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