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200배' 화산 끓기 시작... 절반만 터져도 대한민국에 대재앙

2026-04-18 08:55

“절반만 분출돼도 백두산 천년 대분화 재현으로 봐야”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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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0년 전 규슈 남단 바다 밑에서 터진 폭발이 한반도 남부를 두꺼운 화산재로 뒤덮은 적이 있다. 이로 인해 남규슈의 문명은 사실상 지워졌다. 경상도와 전라남도, 제주도에까지 화산재가 쌓였다. 당시 폭발보다 더 많은 마그마가 지금 같은 장소 지하에 차오르고 있다.

일본 고베대학교 해저면 조사센터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어스 앤드 인바이어런먼트'에 발표한 논문이 지질학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규슈 남쪽 해저에 자리한 '키카이 칼데라'의 지하 2.5~6km 구간에 대규모 마그마 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입증됐다. 추정 마그마 양은 약 220㎦. 7300년 전 이 화산이 폭발했을 때 분출한 마그마(160㎦)를 이미 훌쩍 넘어선 규모다.

이 연구 결과를 두고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김기범 교수는 17일 유튜브 채널 '손에 잡히는 경제'에 올라온 영상에서 "이번 연구는 단순한 발견이 아니라 이 화산이 큰 폭발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화산학적으로 제대로 입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에 화산재 관련 자문을 해온 국내 지질재해 전문가인 그는 이번 연구의 위험성이 한국에도 직접 닿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백두산 천년 대분화의 2배 규모… "마그마 절반만 터져도 재현"

키카이 칼데라는 가고시마현 남쪽 약 50km 해저에 있는 칼데라 화산이다. 직경 약 20km. 7300년 전 '아카호야 분화'로 불리는 대폭발로 이 칼데라 지형이 만들어졌으며, 당시 폭발 규모는 화산폭발지수(VEI) 7로 평가된다. VEI 10이 최대치다. 현재까지 기록된 최대 폭발은 8 규모다. VEI 7은 1815년 탐보라 화산 폭발과 같은 수준이다. 당시 북반구에서 3년간 여름이 사라지고 대기근이 발생했다.

비교 기준으로 자주 거론되는 백두산 천년 대분화(서기 946년)는 분출 마그마 양이 80~100㎦, VEI 7 수준이다. 키카이 칼데라의 7300년 전 폭발은 분출량이 160㎦으로 백두산 분화의 1.5~2배 규모였다. 그 수준의 폭발을 일으켰던 마그마보다 더 많은 양이 지금 지하에 쌓여 있다.

김기범 교수는 "지금 축적된 마그마 220㎦가 단 한 번의 분출로 전부 나오진 않는다"면서도 "절반만 분출되더라도 이건 백두산 천년 대분화가 재현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7300년 전 분화 당시 쓰다 남은 마그마가 아니라 더 깊은 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마그마가 공급되고 있다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분화 동력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고베대학교 연구팀은 2018년에도 같은 화산을 조사해 '자이언트 류오리틱 라바돔(초대형 유문암질 용암돔)'이 칼데라 안에 형성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논문은 그로부터 6, 7년의 추가 조사를 거쳐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지하 마그마 총량을 처음으로 정량화한 결과물이다.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조사선 '가이메이'를 활용해 탄성파 탐사를 실시했고, 해저면 지진계 39대를 설치해 지하 구조를 정밀 분석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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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 높은 마그마 '압력밥솥'처럼 내부 압력 극한까지 쌓아

이 화산을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건 마그마의 종류다. 키카이 칼데라의 마그마는 '유문암질(流紋岩質)'로, 지구상에서 점성이 가장 높은 종류에 속한다. 김기범 교수는 "하와이나 아이슬란드 같은 화산은 점성이 낮은 마그마가 줄줄 흘러나오면서 내부 스트레스가 자주 해소된다"며 "반면 키카이 칼데라는 용암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가스도 빠져나가지 못한 채 내부 압력이 극한까지 쌓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압력밥솥이라는 것이다. 뚜껑 역할을 하는 것이 칼데라 중앙에 자라고 있는 거대 용암돔이다. 이 용암돔의 체적은 32㎦ 이상다. 단일 화구에서 만들어진 것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 용암돔이 붕괴디면 문제가 커진다. 1980년 미국 워싱턴주 세인트 헬렌즈 화산 폭발이 바로 그 사례다. 당시 화산 측면의 용암돔이 무너지면서 내부 압력이 갑자기 해제됐고, 핵폭탄과 흡사한 형태의 대폭발이 발생했다.

김기범 교수는 "샴페인을 흔들어 놓은 뒤 뚜껑을 갑자기 열면 내용물이 폭발하듯 분출되는 것과 같다"며 "키카이 칼데라의 용암돔이 지진 등 외부 충격으로 붕괴되면 그 아래에 축적된 마그마가 순간적인 압력 해제로 인해 연쇄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JAMSTEC과 고베대학교의 공동 발표에 따르면, 현재 키카이 칼데라의 마그마 공급계는 여전히 활성 상태이며 새로운 마그마가 천천히 재주입되고 있다. 이 기관은 "다음 대규모 분화까지의 과정을 예측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난카이 대지진과 연쇄 폭발 시나리오… 키카이, 후지산보다 진원 가깝다

이 화산을 단순한 자연 현상으로 넘기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일본 정부가 30년 내 발생 확률 80%로 공식 상향한 '난카이 해곡 대지진'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일본 내각부 전문가 검토회는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최대 29만 8000명이 사망하고 292조 엔 규모의 경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지진과 화산 폭발이 연쇄적으로 이어진 역사적 선례가 있다는 것이다. 1707년 호에이 대지진이 발생한 지 49일 만에 후지산이 분화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진파가 마그마 방을 강하게 흔들면 마그마 내 가스 버블이 팽창하고, 그로 인해 내부 압력이 급격히 높아져 분화가 유도되는 메커니즘이다.

김기범 교수는 "후지산이 난카이 해곡 대지진으로 촉발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이 됐지만, 키카이 칼데라는 후지산보다 난카이 해곡에 더 가까이 위치해 있다"며 "대량의 마그마가 지진으로 인해 분화가 유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마그마 방을 건드려 분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논문까지 나온 적이 있다"며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핵실험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라고 했다.

후지산과의 규모 차이도 뚜렷하다. 현재 후지산 지하 마그마 방의 규모는 1㎦ 정도로 추정된다. 키카이 칼데라 지하 마그마는 그 200배가 넘는다. 일본 정부는 후지산 규모 5 수준의 분화만으로도 이재민 2700만 명이 발생할 것으로 산정하고 있다. 그 200배 이상의 마그마가 분출할 경우의 피해 규모에 대해선 전문가들조차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표현한다.

화산재 수 ㎜만 쌓여도 전력망 마비… 한반도 남부 '직접 영향권'

일본 현지에서도 이번 연구 결과는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고베대학교 연구팀이 키카이 칼데라 직하에 대규모 마그마 방의 존재를 발견했다"며 "과거의 거대 분화와 같은 장소에 마그마가 재차 축적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JAMSTEC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거대 분화 이후 다시 거대 분화에 이르는 과정에 관한 지식은 매우 부족하며 현 상태에서는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이번 성과로 마그마 공급 사이클의 이해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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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경로는 화산재다. 김기범 교수는 지질학 논문들을 근거로 7300년 전 키카이 칼데라 폭발 당시 만들어진 화산재(키카이 아카호야 화산재)가 경상도와 전라남도, 제주도까지 덮었다는 사실을 설명하면서 "현재도 같은 규모의 분화가 일어나면 한반도 남부 전체가 화산재 영향권에 직접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백두산 화산재는 한반도 남부에서 단 한 점도 발견된 바 없다. 오히려 규슈의 화산들이 한반도 남부에 더 실질적인 위협이라는 것이다.

그가 지목한 재난의 경로는 화산재 낙하, 지진, 쓰나미 세 가지다. 화산재는 단 몇 밀리미터만 쌓여도 전력망이 마비되고, 수 센티미터 이상이면 건물 붕괴와 농업 피해가 현실화된다. 또한 키카이 칼데라는 육지가 아닌 해저 칼데라다. 분화가 이뤄질 경우 쓰나미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쓰나미는 세 가지 재난 중 인명 피해가 가장 크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 약 2만 명 가운데 7만 명 이상이 쓰나미로 사망했다. 김기범 교수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시 해안까지 쓰나미가 닿는 데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며 "지진이 나면 즉시 건물 밖으로 나와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핵심 생존 행동"이라고 말했다.

쓰나미의 한반도 도달 가능성도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2024년 1월 1일 일본 노토반도 규모 7.5 지진 당시, 동해를 건너 묵호 해안에서 1m 높이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조선왕조실록에도 1643년 울산 대지진, 1681년 양양 대지진 관련 기록에 쓰나미 흔적이 남아 있으며, 당시 규모는 7 이상으로 복원된다. 김기범 교수는 "우리나라 동해안의 지진 주기를 학계 원로들은 400년 정도로 보고 있는데, 17세기 이후로 이미 400년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대비하는데 손놓은 한국… "동남권은 별도 방재 전략 필요"

일본은 반복적인 재해 경험을 바탕으로 정밀한 방재 체계를 갖추고 있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 대비를 위한 단계별 경보 체계, 지역별 피난 계획, 인프라 내진화 등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 분야에서의 경험 부재로 준비 수준이 상당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기범 교수는 행정안전부에 화산재 관련 자문을 제공하면서 "백두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규슈 화산 낙하 피해에 대한 재난 방제가 필요하다고 오래전부터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에는 과거 화산 낙하 이력만 있었을 뿐, 분화 가능성을 입증할 정량적 근거가 없었다. 이번 고베대학교 연구가 그 근거를 제공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특히 한반도 동남권, 즉 경상남북도, 전라남도, 제주도 지역은 별도의 방재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과 동남권은 기본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지질재해의 종류 자체가 다르다"며 "이 지역은 건물 기준도, 방재 정책도 지역 특성에 맞게 특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에 준하는 규모의 지진이 우리나라에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일본은 자주 겪다 보니 대비가 돼 있고 우리는 경험이 없어 오히려 같은 규모의 재해에도 훨씬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해안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우리나라 동해안을 따라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지질학계에서 공인된 것이 불과 10여 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는 한반도 동해안이 지질학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다. 지각 융기 속도도 1만년에 3m 수준으로, 히말라야 조산 속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빠른 속도다.

결국 이 재난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 김기범 교수는 "화산은 분출하고 싶을 때 분출하는 것"이라며 "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후지산 200배의 화산, 끓기 시작했습니다 - 김기범 교수 (부산대 지질환경학과)'란 제목으로 '손에잡히는경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