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드라마에서 재벌 회장이 임종 직전 “전 재산을 막내에게”라고 유언하는 장면, 한 번쯤 본 적 있다. 그 순간 큰아들 얼굴이 굳는 장면도 익숙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저게 통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1. 내 돈, 내 맘대로 진짜로?
살아 있는 동안은 기본적으로 그렇다.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 민법이 인정하는 사적 자치 때문이다. 부모가 막내에게 아파트를 통째로 증여하든, 계좌를 털어주든 법이 나서서 막지 않는다. 문제는 그 이후다.
2. 유류분: 형제들의 반격
“우리 몫은?” 하고 등장하는 제도가 바로 **유류분(遺留分, 민법 제1112조)**이다. 자녀와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절반, 부모는 3분의 1이 무조건 보장된다. 유언이 아무리 화려해도 이 선은 넘기 어렵다.
결정적인 함정도 있다. 살아서 미리 줬다고 피할 수 없다. 상속 개시 1년 이내 증여는 원칙적으로 반환 대상이고, 유류분 침해를 알고 한 증여는 기간 제한 없이 반환 청구 대상이 된다(민법 제1114조). ‘미리 줬으니 끝’이라는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최근 변화도 있다.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헌법재판소가 2024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헌재 2024. 4. 25. 선고 2020헌가4 등). 형제자매 간 유류분 분쟁은 사실상 사라지는 흐름이다.
3. 그래서 불효자는 진짜 소용없나
많이들 기대하는 답이 있다. “불효자는 상속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하지만 법은 감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상속결격(민법 제1004조) 제도가 있긴 하다. 그러나 적용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유언서를 위조·변조하거나, 사기·강박으로 유언을 방해한 경우 등 범죄 수준의 행위에 해당해야 한다. 연락을 끊고 살았거나, 명절에 오지 않았거나, 부모를 냉대했다고 해서 상속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
결국 불효자를 합법적으로 배제하려면 방법은 하나다. 피상속인이 살아 있을 때 직접 재산을 정리해 두는 것이다. 법원이 대신해주지 않는다.
4. 반대로, 묵묵히 곁을 지킨 자녀라면
오랜 기간 부모를 간병하고, 사업을 도왔고, 재산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면 **기여분(민법 제1008조의2)**을 주장할 수 있다. 상속재산에서 기여분을 먼저 떼고 나머지를 나누는 구조다.
다만 법원은 ‘특별한 기여’를 요구한다. 명절을 챙기거나 용돈을 드린 정도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장기 간병이나 재산 형성 기여처럼 일반적인 부양 의무를 넘어서는 수준이어야 한다.
5. 그래서 뭘 해둬야 하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정증서 유언(민법 제1068조)'이다. 법적 효력이 가장 강하고, 사후 분쟁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유류분 한도 내에서만 완전한 효력을 가진다.
'생전 증여(민법 제554조)'도 방법이지만 유류분 산정에 포함될 수 있다. 조건을 붙이는 '부담부 증여(민법 제561조)'는 조건 미이행 시 해제가 가능해 실무에서 활용된다.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면 신탁도 검토할 수 있다.
핵심은 하나다. 살아 있을 때 움직여야 한다. 마치며
“불효자는 울어도 소용없다”는 말은 반만 맞다. 법은 효도를 강제하지도, 불효를 처벌하지도 않는다. 대신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냉정하게 가른다.
재산 분쟁은 돈 문제로 시작해 감정 문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법정에서 이기고 가족을 잃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미리 대화하고, 미리 정리해 두는 수밖에 없다. 법은 도울 수는 있지만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청유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권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