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한 엄마 지키던 아들, 억울한 죽음...'마지막 선택'은 7명을 살렸다 (영상)

2026-04-16 13:51

뇌출혈로 숨진 아들, 7명에게 생명을 나눠주다

지난 1월 광주 한 주점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으로 30대 남성 오선재 씨가 뇌출혈 끝에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지기까지의 과정과, 장기기증을 통해 7명에게 생명을 나눠주고 떠난 그의 마지막 이야기가 유가족의 증언과 함께 다시 조명되고 있다.

사건은 술자리에서 시작된 사소한 시비가 밖으로 번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당시 오선재 씨는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옆자리 손님들과 언쟁이 붙었고, 이 갈등은 식당 밖으로 이어진 몸싸움으로 확대됐다. 만취 상태였던 그는 폭행을 당한 뒤 쓰러졌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고 오선재 씨 / 유튜브 'SBS 뉴스'
고 오선재 씨 / 유튜브 'SBS 뉴스'

그의 죽음 이후 가장 큰 상실을 안게 된 것은 가족이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한 뒤 홀로 세 자녀를 키워온 어머니에게 선재 씨는 단순한 아들이 아니라 삶의 중심이었다. 동시에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먼저 챙기며 사실상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해온 존재이기도 했다.

어머니 최라윤 씨는 "7살쯤일 거예요. 퇴근하고 왔는데 그 어린 나이에 밥을 했더라고요. '엄마, 내가 동생들 다 목욕시키고 밥도 하고 빨래도 해놨다. 엄마 힘들지 내가 다 해놨어'"

성인이 된 뒤에도 그는 가족을 향한 책임감을 놓지 않았다. 취업 준비 끝에 배터리 관련 회사에 입사하며 어머니에게 기쁨을 안겼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계획도 또렷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기반으로 가족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는 약속은 어머니에게 큰 희망이었다.

아들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큰 베품을 전한 고인의 어머니 / 유튜브 'SBS 뉴스'
아들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큰 베품을 전한 고인의 어머니 / 유튜브 'SBS 뉴스'

어머니는 "(아들이) '엄마, 나 돈 버는 일만 남았으니까 걱정하지 마. 엄마, 내가 나중에 담양에 집도 사주고 엄마 편하게 해줄게.' 그랬거든요"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사고 이후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아들을 잃게 된 어머니는 슬픔 속에서도 생전 가족 간에 나눴던 장기기증에 대한 대화를 떠올렸고, 마지막 선택을 내리게 된다.

어머니는 "아빠도 일찍 갔지만, 세상에 그냥 죽음은 의미가 없다고. 우리 언젠가 장기 기증서 작성해서 장기 기증자가 되자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군대 시절 지인들과 사진을 남긴 고 오선재 씨 / 유튜브 'SBS 뉴스'
군대 시절 지인들과 사진을 남긴 고 오선재 씨 / 유튜브 'SBS 뉴스'

이 결정 이후 지난 3월, 오선재 씨의 심장과 폐, 간, 신장, 안구 등 주요 장기가 7명의 환자에게 이식되며 새로운 생명을 이어갔다. 한 사람의 끝이 또 다른 여러 사람의 시작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어머니는 "젊디젊은 나이에 간 아들 어디 하늘 아래에 심장이라도, 안구라도 남겨서 세상 볼 수 있게 해줄 수만 있다면…. 잘했다고 말해주길 바랄 뿐이죠. 아들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어머니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다. 아들이 떠난 이후에도 일상은 이어지고 있지만,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동시에 사건의 책임을 묻는 법적 절차는 진행 중이다.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는 고 오선재 씨의 어머니 / 유튜브 'SBS 뉴스'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는 고 오선재 씨의 어머니 / 유튜브 'SBS 뉴스'

해당 폭행으로 오선재 씨를 숨지게 한 20대 남성은 현재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는 합의 의사만 전달했을 뿐, 마지막 진술 기회에서조차 별다른 설명이나 사과 없이 “할 말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는 " 왜 할 말이 없을까. 왜 저 사람은 미안하다고 말을 안 했을까. 저한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아들한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며 가슴을 쳤다.

다음 달 15일 예정된 재판에서는 검찰의 구형이 진행될 예정이며, 사건의 최종 형량을 둘러싼 절차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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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