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화들짝…드론에 포착된 '국민 늑대' 늑구 모습

2026-04-16 10:08

인공포육 늑대, 야생에서 예상외로 건강하게 생존 중
전국민 관심사 된 '국민 늑대', 포획 작전은 왜 계속 실패할까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수컷 늑대 늑구가 드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야산 풀숲의 낙엽 더미 속에서 곤히 잠을 자다 드론 소리에 화들짝 놀라 달아나는 장면으로, 전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국민 늑대' 늑구의 생존을 재확인하는 장면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뒤 야산에서 포착된 늑구 / 대전서부소방서 119 구조대 제공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뒤 야산에서 포착된 늑구 / 대전서부소방서 119 구조대 제공

벌써 탈출 9일째…지난 14일 드론에 포착된 늑구 모습 공개

대전시는 지난 14일 수색팀이 띄운 드론이 포착한 늑구 영상을 공개했다. 늑구는 고속도로 인근 야산 풀숲에서 낙엽 더미에 몸을 파묻고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참 단잠에 빠져 있던 늑구는 드론 소리가 가까워지자 갑자기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이내 개울을 건너 인근 산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드론에 포착된 늑구 모습 / MBC
드론에 포착된 늑구 모습 / MBC

늑구가 처음 오월드를 탈출한 것은 지난 8일 오전 9시 18분경이다. 사파리 울타리 밑 땅을 파고 우리 밖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으며, 탈출 직후 오전 9시 30분경에는 인근 도로에서 차량을 보고 놀라 달아나는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히기도 했다.

늑구는 2024년 1월 인공 포육으로 태어난 2살 수컷 성체로, 몸무게 약 30kg의 대형견 크기다. 오월드 사파리에서 사육사 손에 키워진 만큼 사냥 능력이 부족해 야생에서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비교적 양호한 건강 상태를 유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엿새 만에 재발견…그러나 또 놓쳤다

탈출 이후 엿새 동안 종적을 감췄던 늑구는 13일 오후 10시 무렵 승용차를 타고 늑구를 찾아다니던 시민 A씨에게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오월드에서 직선거리로 약 1.8km 떨어진 대전 중구 구완동·무수동 야산 일대였다.

신고를 접수한 수색 당국은 14일 오전 0시 6분경 늑구임을 최종 확인하고 1시부터 본격 포획 작전에 돌입했다. 인간 띠를 구성해 한 곳으로 몰아 마취총을 쏘겠다는 계획이었다.

오전 1시 41분 열화상 드론에 야산을 맴도는 늑구 모습이 담겼고, 오전 5시 51분쯤에는 수색팀과 늑구가 물가에서 직접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마취총은 빗나갔고, 오전 6시 35분쯤 늑구는 인간 띠로 형성된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다.

늑구 포획을 위해 이동 중인 경찰 / 뉴스1
늑구 포획을 위해 이동 중인 경찰 / 뉴스1

4m 옹벽도 훌쩍…"건강 상태 예상 밖으로 좋아"

늑구 포획 작전이 장기화되면서 늑구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현장 전문가는 "건강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4m, 2m짜리 옹벽을 쉽게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수색 당국은 늑구가 빗물을 마시고 야생동물의 사체를 섭취하며 건강하고 날쌘 상태를 유지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포육으로 자란 탓에 사냥 능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와 달리, 늑구는 9일째 야산에서 거뜬히 생존하고 있다.

SBS TV동물농장 자문수의사인 최영민 원장은 "늑대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 동물"이라며 "로드킬만 당하지 않는다면 야생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종"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가장 현실적인 위협 요소로 '로드킬'을 꼽으며, "차량에 치일 경우 일반 대형견으로 오인돼 발견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늑구 / 연합뉴스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늑구 / 연합뉴스

대규모 수색에도 '신출귀몰'…전략도 수차례 바뀌어

당국은 현재까지 주야간 드론 11대, IP카메라 5대, 소방·군·경찰 등 인력 120여 명을 투입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포획은 번번이 실패했다. 탈출 당일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다가 전문가 조언에 따라 최소 인원으로 전환하고, 함께 살던 늑대들의 하울링 소리를 틀었다가 하루 만에 중단하기도 했다. 심지어 AI로 조작된 허위 목격 사진에 속아 현장상황실을 옮기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포획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마취총 사거리가 20~30m밖에 되지 않고, 늑구가 기력이 왕성해 시야를 빠르게 벗어난다"며 "생포를 전제로 하는 포획에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MBCNEWS

전 국민 관심…대통령도 언급, '늑구맵'까지 등장

이 사건은 단순한 동물 탈출 사건을 넘어 전국민적 관심사로 번졌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직접 이 늑구를 언급하며 늑대와 사람 모두 안전하게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어디가니 늑구맵'이라는 추적 사이트까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늑구의 예상 이동 경로를 지도로 정리하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아이고 늑구야 고생이다ㅠㅠ 얼른 집으로 가서 꼭 가족들 만나자!!!", "늑구야 집 가서 자라", "늑구야 찬 데서 자면 입 돌아간다, 얼른 따뜻한 집에 가자" 등 걱정 어린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수색 현장을 직접 찾는 시민들도 늘고 있지만, 당국은 포획 작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현장 방문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수색 당국은 늑구의 활동 시간대에 맞춰 야간 2차 포획 작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