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신체검사 결과를 뒤집어 보충역(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일부 대상자를 현역 복무 대상으로 재분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이미 보충역을 전제로 인생 계획을 세운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변경 통보를 받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5일 조선비즈 단독보도에 따르면 20대 남성 A씨는 2024년 9월 대전충남지방병무청에서 실시한 병역판정검사에서 척추 질환 등을 이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A씨는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염두에 두고 향후 계획을 세워왔다. 그러나 병무청은 이후 내부 점검 과정에서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A씨에게 현역 복무 대상으로 변경될 예정이라는 통지를 보냈다.

A씨는 기존 판정을 유지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대전충남지방병무청은 지난해 5월 A씨를 신체등급 3급으로 다시 판정하고 현역 입영 대상자로 통보했다. 최초 보충역 판정을 받은 지 약 8개월 만에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병무청은 통지서에서 A씨에게 귀책 사유는 없다고 명시하면서도, 정확한 신체등급 판정과 병역 처분의 공정성, 그리고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공익이 더 크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즉 개인의 신뢰 이익보다 제도 전반의 공정성을 우선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A씨는 이러한 조치로 인해 기존 계획이 무너졌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전제로 준비했던 진로와 일정이 모두 틀어졌다는 것이다. A씨는 결국 병무청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해당 사건의 첫 변론기일은 오는 6월 열릴 예정이다.

병무청은 이번 사안이 담당 의사의 판단 착오에서 비롯됐다고 해명했다. 척추 질환 판정 과정에서 영상의학과 판독 소견을 반드시 참고해야 했지만, 이를 누락한 채 판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후 자체 점검을 통해 오류를 확인하고 재판정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의사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인사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판정 번복 사례가 A씨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병무청 내부 점검 결과, 보충역 판정을 취소하고 현역으로 재처분한 사례가 추가로 9건 더 확인됐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현역으로 입대해 복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다가 다시 현역으로 전환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역 판정이 번복되는 사례는 이전에도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2024년 대구경북지방병무청에서는 사회복무요원 대상자가 현역병으로 입대해 약 6개월간 복무하는 일이 있었고, 2023년에도 유사한 사례가 드러난 바 있다. 이처럼 판정 오류와 번복이 반복되면서 병역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적으로는 병무청의 신체검사 판정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판례에 따르면 공익상 필요가 인정될 경우 기존 판정을 변경할 수 있다. 다만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한 국민의 신뢰 보호 역시 중요한 가치로 인정되기 때문에, 판정 번복이 개인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초래할 경우 법적 다툼의 여지가 크다.
특히 병역과 같이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서는 행정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미 판정을 바탕으로 진로를 설계한 상황에서 결과가 뒤집힐 경우, 단순한 행정 착오 이상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무청은 향후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자체 점검 과정에서 착오 판정을 확인했으며, 확인과 재판정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됐다”며 “앞으로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산 시스템을 개선하고 판정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복되는 판정 번복 논란 속에서 단순한 시스템 보완만으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다 근본적인 검증 절차 강화와 책임 있는 행정 운영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갈등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