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마무리투수 운용에 결단을 내렸다. 김서현의 극단적 부진이 계기가 됐다.

지난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한화는 5-6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화 투수진이 허용한 4사구는 총 18개. 종전 KBO 리그 한 경기 최다 기록인 17개(1990년 5월 5일 롯데 vs LG)를 36년 만에 갈아치운 불명예 신기록이었다.
선발 문동주에 이어 김종수, 박상원, 이민우, 정우주, 이상규, 조동욱, 김서현, 황준서까지 줄줄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볼넷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마무리투수 김서현의 투구는 충격적이었다. 1이닝 동안 안타 1개에 그쳤음에도 4사구 7개를 내주고 3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투구수만 46개였다.

한화 사령탑 김경문 감독은 15일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나 "야구하면서 처음 보는 장면인 것 같았다"고 했다. 김서현에 대해서는 "작년에는 나도 충분히 인내했고, 서현이가 그 어려움을 겪고 이겨내는 장면을 보면서 올해는 한층 더 올라서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어제는 마치 처음 던지는 투수 같았다"고 평가했다.
김서현은 지난해 마무리 보직을 처음 맡아 33세이브를 따내며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에 앞장섰다. 그러나 올 시즌은 세이브 1개, 평균자책점 9.00에 머물러 있다. 작년과 올해 낙차가 극명하다.
잭 쿠싱, 일단 김서현 대신 마무리로…
한화가 마무리로 낙점한 인물은 외국인 투수 잭 쿠싱이다. 원래 쿠싱은 이번 주말 부산 원정 경기에서 선발로 처음 나설 예정이었다. 김 감독은 "어제 경기를 보니까 이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일단 쿠싱을 마무리로 돌려서 경기를 풀어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감독은 '마무리 교체'를 공식 확정하지는 않았다. 쿠싱의 마무리 수행 결과에 따라 김서현의 복귀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 김서현은 엔트리 말소 없이 1군에 동행한다.

쿠싱은 부상자 오웬 화이트(햄스트링 부상, 6주 재활) 대체 선수로 한화가 최근 영입한 투수다. 계약 조건은 6주간 6만 달러(약 9000만원)에 옵션 3만 달러를 합쳐 총 9만 달러다. 지난 5일 새벽 한국에 입국해 팀에 합류했다.
신장 190cm의 우완으로, 최고 시속 150km 초반대 직구를 던진다.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라스베이거스)에서 11승 2패, 평균자책점 6.67을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는 타자 친화적 구장으로 꼽히는 곳이어서 국내 적응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한화는 올해 초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3명의 스카우트를 파견해 부상 대비 리스트업을 진행해 왔고, 화이트 부상 이튿날 바로 쿠싱 영입을 확정했다.

쿠싱이 마무리로 보직이 바뀌면서 주말 부산 경기의 선발 로테이션도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김 감독은 "지금은 여러 투수들이 많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 부산 경기에서는 아마 새로운 투수가 나올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한화는 현재 연패 중이지만 승패 마진은 -2다. 김 감독은 "승리하게 되면 금방 5할도 만들 수 있다. 일단 연패를 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쿠싱이 마무리 역할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느냐가 한화의 반등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