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여름을 겪으면서 이런 문화적 차이를 더욱 실감하게 됐다 . 한국의 여름은 덥고 습해서 가만히 있어도 금방 땀이 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있으면 땀에 젖은 채 괜히 내가 냄새가 나지 않을까 더 신경 쓰이곤 했다. 유럽에서는 이런 날씨일수록 데오도란트를 더 자주 바르고, 가방에 작은 제품을 하나씩 넣고 다니는 것도 흔하다. 그래서 나 역시 한국에서도 당연히 모두가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지내며 신기했던 건, 분명 다들 땀을 흘리고 있는데도 내가 익숙했던 식의 강한 땀 냄새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못 느끼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한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몇몇 친구들은 아예 데오도란트를 한 번도 사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너무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이 한국에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이후 조사해본 결과, 이런 현상에는 생물학적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ABCC11이라는 유전자 변이가 동아시아권에서 비교적 흔한 편인데, 이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겨드랑이 체취가 훨씬 약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데오도란트가 유럽처럼 매일 꼭 써야 하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지 못했고, 실제로 관련 시장 수요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왜 한국에서 데오도란트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지도 이해가 됐다. 유럽에서는 마트나 드럭스토어에 가면 롤온, 스프레이, 스틱형 등 종류도 다양하고 향도 정말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제품 자체를 찾을 수 없는 건 아니어도, 유럽에 비하면 선택지가 훨씬 적게 느껴졌다. 브랜드 수도 제한적이고, 향이나 타입도 다양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꽤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짐 한쪽을 데오도란트로 채우게 됐다. 한두 개가 아니라 아예 여섯 개, 일곱 개씩 사 와야 마음이 놓였다. 유럽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미리 챙길 필요조차 없던 물건이, 한국에서는 일부러 계획해서 사 와야 하는 물건이 된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내게는 여전히 매일의 안심 같은 존재라는 점이 이상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이 경험이 인상적이었던 건, 아주 작은 생활용품 하나가 이렇게 큰 문화 차이를 드러낸다는 점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데오도란트가 사실상 기본 위생 루틴의 일부처럼 여겨진다. 반면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고, 그래서 관련 시장 자체도 훨씬 작게 형성돼 있다. 같은 여름을 보내고 같은 땀을 흘려도, 그에 반응하는 방식은 사회마다 꽤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돌이켜보면 이 이야기는 조금 웃기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일상 속에서는 꽤 현실적인 문화 충격이었다. 나는 여전히 더운 날 지하철을 타면 괜히 내 상태를 한 번 더 점검하게 되고, 여행 가방을 쌀 때도 데오도란트를 먼저 챙긴다. 다만 이제는 한국 사람들이 왜 그것을 나만큼 필요로 하지 않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어떤 문화 차이는 거창한 제도나 눈에 띄는 관습이 아니라, 이렇게 드럭스토어 선반 한 칸에서 드러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