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뚫렸다…미국 호르무즈 봉쇄망 빠져나간 유조선의 정체

2026-04-14 19:20

미국 봉쇄망 뚫고 호르무즈 빠져나간 중국 유조선…'리치 스타리'호의 전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 봉쇄를 선언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중국 유조선 한 척이 봉쇄망을 뚫고 해협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말하는 주한 이란 대사.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서 열린 '주한 이란 대사 및 기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다중노출 촬영) / 뉴스1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말하는 주한 이란 대사.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서 열린 '주한 이란 대사 및 기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다중노출 촬영) / 뉴스1

로이터통신이 선박 추적 업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 선주사 소속 중형 유조선 '리치 스타리(Rich Starly)'호가 14일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봉쇄 이후 걸프 해역을 벗어난 첫 선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 유조선은 앞서 또 다른 중국 관련 선박 1척과 함께 이란 케슘섬 인근의 좁은 해협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봉쇄 조치에 부딪혀 두 선박 모두 긴급 회항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리치 스타리호는 돌연 항로를 바꿨다. 중국인 선주와 중국인 선원을 둔 선박이라는 신호를 송출하면서 해협을 다시 통과하기 시작했고, 결국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선박에는 약 25만 배럴의 메탄올이 실려 있었다. 직전 기항지는 아랍에미리트(UAE) 함리야였으며, 이곳에서 화물을 선적한 뒤 중국을 향해 항행 중이었다. 선원은 중국인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리치 스타리호를 운영하는 회사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쉬안룬 해운(Xuanlun Shipping)이다. 이 회사는 중동 사태 이전부터 이란과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을 거래해왔다는 이유로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으로부터 2023년 3월 제재 명단에 올랐다.

군함 15척 투입…봉쇄 대상은 모든 국가 선박

미국은 예고한 대로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각 13일 오후 11시)를 기해 호르무즈 해협 해상 봉쇄에 돌입했다. 이번 작전을 위해 미군은 15척 이상의 군함을 현지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봉쇄 대상은 해협 양쪽 오만만과 아라비아만에 위치한 모든 이란 항구를 포함해, 이란 항구와 연안 지역을 출입하는 모든 국가의 선박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이란으로 드나드는 선박이라면 모두 적용 대상이다.

호르무즈 해협. / 구글 지도
호르무즈 해협. / 구글 지도

이번 봉쇄에는 두 가지 의도가 깔려 있다. 이란은 핵 협상이나 제재 국면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 카드를 반복적으로 꺼내 들어왔다. 미국이 먼저 역봉쇄에 나선 건 이 카드를 무력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또한 이란은 원유 수출을 통해 전쟁 자금과 대외 지원 재원을 마련해왔다. 호르무즈를 틀어막으면 이란산 원유의 수출 통로가 막히고,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논리다.

조건도 모른 채 멈춘 국제 해운업계

봉쇄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해운업계와 에너지 거래업자들은 즉각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동과 아시아의 관계자 대부분은 봉쇄의 구체적인 조건이 명확해질 때까지 움직임을 멈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부 조항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오가는 통로다. 이 해협이 봉쇄 상태에 놓이면 국제 에너지 시장의 공급 불안이 커지고, 유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도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미국은 봉쇄를 공식 발표했지만, 어느 선박까지 물리적으로 제지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기준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봉쇄 첫날 제재 대상 선주사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다. 중국이 자국 선박의 통행권을 주장하며 맞설 경우, 봉쇄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이란 핵 협상, 중동 정세, 국제 에너지 시장이 동시에 얽혀 있는 이 사안은 당분간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home 김태성 기자 taesung112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