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녀도 순식간에... '벗방 BJ'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고발합니다"

2026-04-14 14:53

달콤한 제안 뒤에 숨겨진 족쇄... 치밀하게 설계된 벗방의 덫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팔로워 수백 명에 불과한 여성 인스타그램 이용자에게 어느 날 기획사 관계자를 자처하는 인물로부터 DM이 한 통 날아든다. "감도 높은 피드를 눈여겨봤다. 인플루언서 오디션을 볼 생각이 있느냐"는 내용이다. 구글에서 검색하니 실제로 존재하는 회사다. 그렇게 시작된 계약이 반년 뒤에는 성인 사이트 영상 촬영으로 이어진다.

평범한 여성이 인플루언서를 꿈꾸다 이른바 '벗방 BJ'로 빠져드는 전형적인 경로를 단계별로 소개하는 글이 최근 X에 올라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작성자는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각색한 부분이 많지만 이런 느낌으로 흘러간다"며 "언니들이 이런 길로 빠지지 말라는 의미에서 쓴 글"이라고 밝혔다. 특정 개인의 사례가 아니라 업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수법을 가상의 시나리오로 재구성한 것이다.

'벗방 BJ'란 아OOOTV, 팝OTV, 팬OTV 등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노출이 강한 춤이나 행동으로 시청자의 유료 후원을 유도하는 방송 진행자를 뜻하는 속어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가며 성인 콘텐츠를 방송하는 경우도 있어 꾸준히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왔다.

글이 묘사하는 접근 방식은 정교하다. 지인 소개, 길거리 캐스팅, SNS DM 등 다양한 경로로 접촉이 이뤄지는데, 공통적으로 실존하는 기획사 이름을 내세워 신뢰감을 먼저 심는다.

카페에서 이뤄지는 첫 만남에서는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조건이 쏟아진다. 기본급 250만원 보장, 주 5일 8시간씩 방송, 방송 장비 및 유튜브·인스타그램 계정 관리, 전속 매니저 배정, 헤어·메이크업 비용 지원, 수익 6 대 4 배분에 계약금 2000만원 즉시 지급까지다.

조건이 지나치게 좋아 "노출 방송 같은 건 아니냐"고 물으면, 실장은 웃으며 "절대 그런 것과 무관한 인플루언서 활동"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렇게 계약서 서명이 이뤄진다.

첫 방송 당일 수십 개의 조명이 켜진 방 안에서 카메라 앞에 앉으면 묘한 설렘이 찾아온다. 그러나 처음부터 시청자가 몰리진 않는다. 방송 시작 10분쯤 지나면 소속사가 미리 준비한 바람잡이들이 채팅창을 채우며 분위기를 띄우고, 시청자 수를 부풀리는 뷰봇까지 가동돼 순식간에 100명 안팎의 수치를 만들어낸다.

바람잡이들이 별풍선을 100개, 200개, 500개씩 터뜨리고 실제 시청자들도 하나둘 유입되면서 채팅창이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그 압박 속에서 처음에는 전혀 할 생각이 없던 자극적인 행동들도 하나씩 하게 된다

첫 방송이 끝난 뒤 별풍선 수익만 200만원에 이르고 그중 40%인 80만원이 자신의 몫으로 계산되면 금전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한다. 잘생긴 실장은 그날 밤 강남의 고급 술집으로 데려가 첫 방송을 축하한다. 도파민과 술기운이 뒤섞인 분위기 속에서 경계심이 더 흐려진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이후 방송을 거듭할수록 요구 수위가 조금씩 높아진다. 첫 방송 영상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릴스에 편집돼 올라가 조회수 100만을 기록하면 그 영상을 보고 찾아온 시청자들은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원한다. 어색하고 부끄럽게 시작한 행동들이 점차 익숙해지면 뷰봇이 빠지면서 실제 시청자가 50명을 유지하기도 힘든 구조가 드러난다. 실장은 구독자가 많은 BJ와의 합방을 제안한다. 합방 자리에서는 외모와 몸매를 품평하는 발언이 오가도 웃으며 받아넘겨야 한다. 관계를 끊으면 시청자 유입도 함께 끊기기 때문이다.

방송 200일이 지날 무렵 정산 구조의 실체가 드러난다. 시청자가 별풍선 10만원어치를 후원하면 플랫폼 수수료 20%가 먼저 빠지고, 남은 8만원의 60%를 소속사가 가져가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3만2000원에 불과하다. 세금까지 빠지면 더 줄어든다. 처음에 약속했던 헤어·메이크업 지원도 어느새 끊긴다.

결정적인 순간은 소속사가 유튜브 적자를 이유로 기본급에서 편집자 인건비를 공제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찾아온다. 이를 피하려면 노출 방송을 해야 한다는 말이 뒤따른다. 계약기간 내에 그만두면 계약금 200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발목을 잡지만, 그 돈은 이미 생활비와 의류·화장품 구매로 모두 소진한 뒤다. 달리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작성자는 "일반인들은 이쪽 세계가 얼마나 추악한지 모른다. 내가 말한 것보다 더 심한 경우도 많다"며 "돈을 쉽고 빠르게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가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