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현대자동차 주가가 전일 대비 3.87% 상승한 49만 7000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00조 원 선을 상회하는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6 세마포 월드 이코노미’를 통해 로보틱스와 수소 에너지를 축으로 한 그룹의 미래 대전환 비전을 제시하며 시장의 신뢰를 끌어올리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장중 한때 50만 15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인 68만 7000원을 향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14.07배, 주가순자산비율(PBR) 1.13배 수준에서 거래 중이며 거래대금은 5300억 원을 넘어섰다. 시장은 현대차가 발표한 9조 원 규모의 새만금 미래 기술 투자와 글로벌 경제 컨퍼런스에서 드러난 모빌리티 리더십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다.
현대차그룹은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워싱턴 DC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되는 ‘2026 세마포 월드 이코노미(Semafor World Economy)’에 참여해 글로벌 민관 리더들을 대상으로 미래 비전을 공표했다. 세마포 월드 이코노미는 미국의 디지털 뉴스 플랫폼 세마포가 주관하는 행사로 포춘 500대 기업 CEO와 주요국 정부 인사가 집결하는 경제 협력의 장이다. 이번 행사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 성 김 사장, 호세 무뇨스 사장 등 그룹 핵심 경영진이 대거 참석해 전방위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정의선 회장은 세마포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키워드로 유연성과 회복력을 꼽았다. 시장 세분화 추세에 맞춰 지역별 민첩성을 결합한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과 미국 내 하이브리드 제품 생산 확대와 인도 및 아태 지역의 신규 생산 기지 구축은 이러한 유연성 확보의 실질적 사례로 제시됐다. 정 회장은 경쟁을 혁신의 자극제로 규정하며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래 사업의 핵심 동력으로는 로보틱스와 피지컬 AI(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물리적 인공지능)가 지목됐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실제 제조 현장에 배치하고, 2030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의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첨단 AI로 구동되는 협업 로봇과 인간을 연결하는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전략의 일환이다.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는 수소의 잠재력에 집중한다. 전 세계적인 데이터센터 확충과 AI 인프라 구축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수소를 에너지 안보의 핵심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와 전기차(EV)를 상호 보완적인 청정 기술로 육성하며 글로벌 청정에너지 전환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투자를 통한 실행력 강화도 본격화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새만금 지역 112만 4,000㎡ 부지에 약 9조 원을 투입하는 혁신 성장거점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곳에는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설), AI 데이터센터, 1GW급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선다. 이를 통해 로봇과 AI, 에너지 솔루션을 아우르는 미래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
행사 2일 차인 14일에는 호세 무뇨스 사장이 미래 모빌리티 트랙 세션 연사로 나선다. 무뇨스 사장은 유가 변동성과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운용하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의 효율성을 역설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이번 행사의 파트너십 스폰서로서 워싱턴 DC 현지에 전용 라운지를 조성하고 한국적 환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럭셔리 브랜드 경험을 글로벌 리더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세마포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정책 논의의 장에서 브랜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2022년부터 세마포의 창립 파트너로 협력해 왔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네 차례의 공식 행사를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차량 판매를 넘어 글로벌 의사결정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브랜드의 신뢰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