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의 제왕인데…농가 급감에 올해 수확 비상 걸린 ‘이 나물’

2026-04-18 06:30

기후변화가 막은 '산나물의 제왕'...양구 곰취 농가 10년간 70% 감소

봄이 깊어질수록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 가장 먼저 오르는 산나물 중 하나가 있다. 강원 양구를 대표하는 특산물 곰취다.

강원 양구군 관내 곰취 재배농가에서 농민들이 곰취를 수확하고 있다 / 양구군 제공,  뉴스1
강원 양구군 관내 곰취 재배농가에서 농민들이 곰취를 수확하고 있다 / 양구군 제공, 뉴스1

5월은 곰취 특유의 부드럽고 쌉쌀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시기다. 쌈 채소로는 물론 무침, 장아찌, 부침개까지 두루 활용되며 ‘산나물의 제왕’으로 불릴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그런데 정작 제철을 앞둔 주산지에서는 웃지 못할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농가 수가 크게 줄면서 올해 수확과 출하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S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양구지역 곰취 농가는 한창 출하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2015년 120곳에 달했던 양구지역 곰취 재배 농가는 해마다 감소해 이제 40곳만 남았다. 재배 면적도 줄었고, 생산량은 10년 사이 50톤 넘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곰취로 이름난 지역에서 정작 곰취를 키우는 농가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은 주산지로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가 꼽힌다. 곰취는 선선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저온성 작물인데, 최근 양구지역 기온이 오르면서 기존 재배 환경이 점점 맞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노지 재배가 어려워지자 하우스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이제는 하우스 안에서도 더위를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결국 농가들은 초여름에 곰취를 잠시 심었다가 뿌리를 캐내 냉동 보관한 뒤, 가을에 다시 심어 다음 해 봄 수확하는 방식까지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손이 많이 가고 노동 강도도 높아 인건비 부담을 더욱 키운다.

현장에서는 소득 구조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한 곰취 재배 농가 관계자는 “한 계절 주로 봄에 소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잠깐 판매되고 만다. 소득 기간도 짧고 경쟁도 힘들고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출하 시기가 짧고 수익을 내는 기간도 제한적이다 보니, 생산비 부담이 커질수록 농가 입장에서는 다른 작물 전환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원 양구 곰취축제. 자료 사진 / 뉴스1
강원 양구 곰취축제. 자료 사진 / 뉴스1

양구군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는 분명하다. 현재로서는 곰취 농가에 대한 농자재 지원 비율을 높이는 정도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부족한 상황이다. 관련자는 “재배하는 농가들이 줄어드는 추세다. 인력이 농촌에 부족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을 많이 요청하시는데 저희가 사실은 인력 지원은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열리는 ‘2026 청춘양구 곰취축제’를 앞두고도 출하량 부족 가능성에 대비해 기존 1kg 단위 판매 대신 500g 소포장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곰취가 단순한 지역 농산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구곰취는 맛과 향은 물론 영양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비타민 A와 C, 칼슘, 섬유질 등이 풍부해 봄철 피로 회복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나물로 잘 알려져 있다. 쌈으로 먹어도 좋고, 무치거나 데쳐 먹어도 풍미가 살아난다.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까지 열릴 만큼 상징성이 큰 작물인 만큼, 곰취 농가 감소는 단순한 생산량 감소를 넘어 양구의 대표 이미지 자체를 흔드는 문제로 이어진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제철을 맞아 소비자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그 명성을 지탱해온 생산 현장은 지금 빠르게 버거워지고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