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오월드 사파리를 탈출한 늑대 늑구의 소재를 처음 당국에 알린 시민이 엿새 동안 직접 늑구를 찾아다닌 것으로 확인돼 온라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드론 수십 대와 100여 명의 수색 인력도 발견하지 못했던 늑구를, 늑구 걱정에 직접 차를 몰아 야산을 누빈 평범한 시민이 찾아냈다.
이 신고자는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늑구야 보고 싶었다. 늑구야 사랑해.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라며 "6일째 널 찾으러 다녀도 보이지 않더니 드디어 나타났구나"라는 글과 함께 이날 발견한 늑구를 촬영한 영상을 게재했다. 그는 '#늑구 #대전 #늑대 #오월드 #소방경찰관님고생많으십니다'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신고자는 이날 오후 10시 40분쯤 대전 중구 무수동·구완동 인근에서 늑구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소방에 전화로 발견 상황을 설명하고 촬영 영상도 함께 제보했다.
영상엔 늑구가 신고자의 차량을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고 천천히 도로 위를 걸어 멀어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늑구 걸음걸이에서 특별한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신고자는 "차를 타고 산 쪽을 다니다가 바로 앞에서 늑구를 보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월드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약 6㎞ 이내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뤄 늑구는 엿새 동안 탈출 장소 인근 야산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떠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신고자가 올린 게시물과 영상에는 수천 명의 누리꾼이 몰리며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6일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늑구야 이제 집에 가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형 진짜 1등이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수색 당국도 하지 못한 일을 혼자 해낸 점에 감탄하는 댓글이 많았다. "와, 진짜 탐정이다. 어떻게 혼자 찾은 거야. 제발 동물원으로 무사히 도착하길"이란 댓글에는 수백 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그냥 귀여운 강아지랑 다를 게 뭐야, 어서 집에 가자 늑구야"라며 안쓰러워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JTBC ‘사건반장’과 뉴스1 해피펫팀 등 여러 언론이 해당 게시물 댓글창에서 공개적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신고자는 또 다른 영상 게시물을 올리고선 포획 실패 소식도 전했다. 신고자는 "영상 찍은 본인인데 눈앞에서 늑구 포획에 실패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수색팀은 신고 접수 후 오월드에서 직선거리로 약 1.8㎞ 떨어진 중구 무수동 야산 일대에서 열화상 드론으로 늑구를 포착했다. 수색팀은 밤샘 대치를 이어가며 늑구가 지쳐 잠들기를 기다렸으나 늑구가 예민하게 반응해 좀처럼 포획을 시도할 수 없었다. 쫓기던 늑구가 4m 높이의 옹벽을 훌쩍 넘어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수색팀이 고속도로 부근을 가로막아 늑구를 도로 남쪽으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지만, 14일 오전 6시쯤 시도한 마취총 1차 포획은 늑구가 빠르게 달아나면서 끝내 실패했다. 당국은 낮 동안 늑구를 안정시킨 뒤 야간에 다시 포획을 시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귀소본능이 남아있는 늑구가 무리한 추적 없이 자연스럽게 접근한다면 도주 반경을 크게 넓히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늑구는 2024년 1월 태어난 두 살짜리 수컷 유라시아늑대로 몸무게는 약 30㎏이다. 지난 8일 오전 9시 30분께 오월드 사파리 철조망 아래 흙을 파고 탈출했으며, 이튿날 새벽 열화상 카메라에 한 차례 포착된 이후 엿새간 자취를 감췄다. 경찰과 소방, 오월드, 야생생물관리협회 등 관계기관이 드론 20여 대와 인력 100여 명을 투입해 수색을 이어갔으나 번번이 허탕을 쳤다. 탈출 기간 동안 빗물을 마시고 야생동물 사체를 주워 먹으며 건강 상태를 유지했다는 것이 당국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