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L 우유에 든 실제 용량은 200mL가 아니었다…'이것' 공개되자 전 국민 분노

2026-04-14 11:48

법 허용 범위 내 적게 담는 우유, 소비자만 손해

200mL라고 적힌 우유 한 팩. 실제로 담긴 양은 191mL였다. 표시량보다 9mL가 부족했지만, 해당 업체는 법을 어기지 않았다. 법이 허용한 오차 범위를 최대치로 활용한 것이다. 소비자는 200mL 값을 치르고 191mL를 받아왔다.

'200ml 우유의 배신?!'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200ml 우유의 배신?!'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정량표시상품 1002개를 대상으로 실제 내용량 적정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지난 12일 공개했다. 조사 대상은 대형마트, 지역마트, 온라인몰에서 직접 구매한 쌀·라면·우유 등 기초생활물품, 유가공품·음료·간편식, 조미료·주류·유기농식품, 냉동수산물 등 실생활과 밀접한 4개 유형의 품목이다.

"법 위반은 2.8%뿐"…그런데 25%는 표시량보다 적었다

조사 결과 법적 허용오차를 벗어난 상품 비율은 2.8%로, 전반적으로 법적 기준은 지켜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 다음 수치다. 상품별 내용량 평균값을 기준으로 보면, 조사 대상 25%가 표시량보다 실제 내용량이 적었다. 4개 중 1개꼴이다.

현행 계량에 관한 법률은 제품 표시량보다 일정 범위를 초과해 적게 포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00mL 초과~200mL 이하 제품의 경우 표시량의 4.5%까지 오차가 허용된다. 200mL 우유라면 최대 9mL까지 적게 담아도 합법이다. 해당 우유업체는 이 한도를 그대로 활용했다. 우유 22개를 팔 때마다 1개 분량 원가를 아끼는 구조다.

'품목별로 보면...'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품목별로 보면...'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품목별로 보면…음료·우유·콩류 정량 미달 심각

품목별로 살펴보면, 법적 허용오차를 벗어난 비율은 냉동수산물(생선·어패류)이 9%로 가장 높았고, 해조류 7.7%, 간장·식초류 7.1%, 위생·생활용품 5.7% 순이었다.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보다 적은 품목군으로는 음료류 및 주류가 4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콩류 36.8%, 우유 32.4%, 간장 및 식초 31.0% 순으로 나타났다. 일상에서 자주 소비하는 품목일수록 정량 미달 문제가 두드러지는 셈이다.

이는 일부 제조업체가 법적 허용오차 기준 안에서 내용량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제도를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만 줄여 실질 단가를 올리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 식음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방식을 택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마트 우유 코너. 단순 자료사진. /뉴스1
마트 우유 코너. 단순 자료사진. /뉴스1

정부, '평균량 기준' 도입 추진…조사 규모도 10배 확대

정부는 이 같은 꼼수를 막기 위해 관련 법 개정에 착수했다. 핵심은 평균량 기준 도입이다. 현재는 개별 제품 단위로 오차를 판단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생산된 제품 전체의 내용량 평균이 반드시 표시량 이상이어야 한다. 허용 오차를 의도적으로 최대치에 맞춰 생산하는 방식이 사실상 차단된다.

아울러 정부는 약 400조원 규모의 정량표시상품 시장에 비해 연간 조사 물량이 1000개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시판품 조사 규모를 연간 1만개 이상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김대자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정량표시상품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라며 "평균량 개념 도입과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생활필수품의 내용량이 정확하게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품 구매 전 꼼꼼히 살펴보는 소비자.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제품 구매 전 꼼꼼히 살펴보는 소비자.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는 방법

법 개정 전까지 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단위 가격 비교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서는 100mL당, 100g당 가격을 함께 표시하는 경우가 많아 같은 브랜드라도 용량 변화에 따른 실질 가격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동일 브랜드의 과거 용량과 현재 용량을 비교하는 것도 슈링크플레이션 여부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포장 디자인은 그대로인데 표시 용량 수치가 달라졌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란?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이다. 기업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아주 미세하게 올리면서, 대신 제품의 크기나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가격표 숫자에는 민감하지만, 포장지 구석에 적힌 미세한 중량 변화는 눈치채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일종의 ‘스텔스 가격 인상’ 전략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단순 자료사진.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단순 자료사진.

기업들은 왜 가격 대신 '양'을 건드릴까.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기업은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

이때 기업은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첫 번째는 가격을 직접 올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으로 전달되어 '너무 비싸졌다'는 강한 반발을 사고, 매출 감소나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두 번째가 바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다. 가격표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 심리적 저항감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봉지 안에 질소를 더 채우거나, 용기 밑바닥을 움푹하게 만드는 등의 수법을 통해 소비자가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