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보다 훨씬 강력하게 '이스라엘'을 비난한 나라

2026-04-14 10:16

튀르키예 정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현대판 히틀러”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 겸 제5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뉴스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 겸 제5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뉴스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튀르키예 정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현대판 히틀러’로 규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반발했지만,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발단은 이스탄불 검찰의 기소였다. 검찰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 35명을 이스탄불 제10중범죄법원에 기소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해군이 국제수역에서 가자행 인도주의 지원 선단 '수무드 플로틸라'를 강제 차단한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반인도적 범죄·제노사이드·불법 구금·고문·약탈 등의 혐의로 가중 종신형과 최대 4596년의 추가 징역형을 요구했다. 당시 선단에는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약 450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이스라엘 당국에 억류됐다가 추방됐다.

이와 관련해 튀르키예 외무부는 11일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현대판 히틀러로 불린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물"이라고 직격했다. 이스라엘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도 제노사이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가 현재 진행 중인 이란과의 평화 협상을 무산시키려 한다며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전쟁을 계속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격분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은 이란의 테러 정권과 그 대리 세력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라며 "이는 이란을 지원하고 쿠르드족 시민들을 학살하는 에르도안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라고 맞받아쳤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향해 "허세뿐인 종이 호랑이"라며 "이란이 튀르키예 영토에 미사일을 쐈는데도 아무 대응을 못 하면서 이스라엘을 향해 반유대주의적 위협과 가짜 재판 협박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반박과 무관하게 국제사회의 비판은 우방국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란과의 휴전 협정이 채 이틀도 되지 않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서방 동맹국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8일 10분 만에 100회 이상의 공습을 퍼부었고, 레바논 당국은 이날 하루 30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이후 단일일 기준 최다 사망자 수였다.

친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스라엘을 향해 직접 경고했다. 이탈리아 외무장관 안토니오 타야니는 "레바논 민간인 폭격을 규탄한다"며 "이스라엘의 공습은 정당화될 수도, 수용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공습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군사 작전의 규모에 우려를 표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하며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과의 협력 협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도 "이스라엘의 공습이 수백 명을 숨지게 한 마당에 이것이 자위권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엑스(X)에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고문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즉각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앞두고 유대인 학살을 경시하는 발언"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고 강력한 규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반발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굴하지 않고 11일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며 이스라엘 정부를 재차 비판했다. 12일에도 "각국의 주권과 보편적 인권은 존중돼야 하고 침략적 전쟁은 부인된다"며 "그게 우리 헌법 정신이자 국제적 상식"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 외교부는 "이 대통령 발언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스라엘을 향해 홀로코스트 피해자에 대한 애도의 뜻도 함께 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를 옥죄는 건 외교적 압박만이 아니다. 뇌물수수·사기·배임 혐의로 2020년 5월 시작된 부패 재판도 다시 불붙었다. 다만 이번에도 재판이 순탄치 않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는 네타냐후 총리가 법정에 출석할 경우 이란의 암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11일로 잡혀 있던 재판을 연기한 바 있다.

다비드 지니 신베트 국장은 서한에서 "재판 출석처럼 사전에 일정이 공개될 경우 이란 요원들이 총리 암살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이 임명한 신베트 국장을 통해 재판을 방해하는 각본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넨 바르 전임 신베트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를 명분으로 재판 연기에 유리한 의견서를 내 달라고 요구했으나 자신이 이를 거부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총리로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는 코로나19 대유행, 증거 자료 제출 문제, 2023년 하마스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 등 온갖 이유로 재판을 수차례 중단시켰다. 전쟁 지휘를 이유로 주 3회였던 재판 출석을 2회로 줄여달라고 요청해 관철하는 등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유죄 판결 시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그는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하며 마지막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헤르초그 대통령을 향해 "무능하다"는 막말까지 동원하며 사면을 압박하기도 했다.

한편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는 지난 8일 이란을 군축 및 테러 방지 정책을 담당하는 '프로그램 조정 위원회' 위원으로 선출했다. 53개 이사국 중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미국뿐이었고, 캐나다·프랑스·호주·영국을 포함한 나머지 이사국은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란과의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이스라엘·미국 진영의 국제적 고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