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부터 국민 1인당 최대 60만원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 지급된다. 중동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지만, 정작 일부 주유소에서는 이 지원금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돼 빈축을 사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고유가·고물가 부담 완화와 지역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이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원금은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된다.
현행 제도상 연 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사업장에서는 상품권 사용이 제한된다. 지난해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동일한 기준으로, 영세 자영업자를 우선 지원한다는 정책 취지에서 비롯된 조건이다.
주유소 70%에서는 사용 불가 전망
이 기준이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주유소다. 한국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연 매출 30억원 이하 주유소는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결과적으로 전체 주유소 중 약 70%에서는 이번 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의 정책이, 정작 기름값 결제에는 제약을 받는 구조가 된 셈이다.

주유소 업계는 매출 규모만으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유류 판매 가격의 상당 부분이 세금으로 구성돼 있어 영업이익률은 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카드 수수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까지 더해지면, 매출 규모와 실제 수익 구조 간의 괴리가 크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고유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금인데 정작 주유소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일각에서 나온다. 업종 특성을 고려한 기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촌·지방은 불편 더 클 것
농촌 지역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북 등 읍·면 단위 지역은 주유소 자체가 부족한 데다, 지역 주민의 주요 연료 공급처 역할을 해온 NH농협주유소 대부분이 연 매출 기준을 초과해 상품권 사용처에서 제외된다.
가격 왜곡 문제도 제기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통상 액면가보다 10~15%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일부 일반 주유소가 이 차이를 반영해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서, 오히려 농협주유소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정치권 "예외 적용해야"
석유유통협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주유소 업종에 한해 매출 기준과 관계없이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공식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고유가 대응 정책인데 주유소에서 사용이 제한되는 것은 모순"이라며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정부는 향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급 대상과 시기, 사용처 기준 등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 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주유소에 대한 예외 적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현재로선 기존 상품권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내 지원금, 주유소에서 쓸 수 있는지 확인하는 법
지원금 수령 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SK에너지, GS칼텍스 등)는 대부분 연 매출 30억원을 훌쩍 넘기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나 외곽 지역 소규모 주유소, 일부 알뜰 주유소는 사용 가능한 경우가 있다.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방문 전 해당 주유소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다.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주유소는 입구나 주유기 근처에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스티커나 현수막을 게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현장에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 주유소의 경우 이번 지원금이 실질적인 집객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주유소로 고객이 몰리면서 매출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효과가 특정 소규모 주유소에만 집중될 경우, 시장 내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유소는 매출 규모와 실제 수익 구조가 크게 차이나는 대표적인 업종이라며 업종별 비용 구조를 반영한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