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치기엔 놀랍다…한강에서 발견된 뜻밖의 ‘멸종위기종’

2026-04-19 11:07

조류 37종 확인…멸종위기종 활동도 잇따라

서울 한복판 한강에서 왜가리 번식이 확인되고 멸종위기종까지 잇따라 포착됐다.

난지한강공원에서 촬영된 멸종위기 야생동물 삵(왼쪽)과 수달(오른쪽)의 모습. 두 종 모두 3월 14일 관찰된 개체로 한강 일대에서 서식 흔적이 확인됐다. / 서울시 제공
난지한강공원에서 촬영된 멸종위기 야생동물 삵(왼쪽)과 수달(오른쪽)의 모습. 두 종 모두 3월 14일 관찰된 개체로 한강 일대에서 서식 흔적이 확인됐다. / 서울시 제공

서울 한강이 시민들의 일상 속 휴식 공간을 넘어 야생 생물이 실제로 서식하고 번식하는 도심 생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한강 일대 생태 모니터링 결과 알을 품은 왜가리를 비롯해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달과 삵의 활동이 확인됐다.

이번 확인은 한강에서 야생 생물이 단순히 오가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도심 하천인 한강에서 먹이 환경과 서식 여건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번식 장면까지 확인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왜가리 번식 확인…“도심 하천 생태 회복 신호”

특히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서는 왜가리 4개체가 둥지에서 알을 품는 포란 장면이 포착됐다. 왜가리는 하천과 습지 환경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대표적인 조류로 안정적인 먹이와 서식 환경이 갖춰져야 번식이 가능한 종이다.

왜가리는 주로 물고기와 양서류 등을 먹이로 삼는 상위 포식자로, 서식지의 수질과 먹이사슬 구조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돼야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종으로 꼽힌다. 번식기에는 비교적 한정된 장소에 둥지를 틀고 오랜 기간 머무는 특성이 있어, 실제 포란 장면이 확인됐다는 것은 한강이 지속적인 서식지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서 촬영된 왜가리의 포란 장면. 3월 10일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 서울시 제공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서 촬영된 왜가리의 포란 장면. 3월 10일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 서울시 제공

특히 샛강 일대는 수질 개선과 서식지 보호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어류와 수생생물의 서식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된 곳으로 꼽힌다. 실제로 같은 시기 잉어 100여 개체가 산란 활동을 하는 모습도 함께 관찰됐다. 수컷 잉어가 암컷을 따라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장면이 곳곳에서 확인되며 자연스러운 번식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도 변화된 생태를 체감하고 있다. 공원을 찾은 한 시민은 나무 위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왜가리를 발견한 뒤 “도심에서 이렇게 생생한 자연을 볼 수 있다는 게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수달·삵까지 확인…한강 생태 다양성 확대

한강 전역에서는 다양한 생물 활동도 함께 포착됐다. 고덕·암사생태공원과 한강변 일대에서는 제비 등 조류 37종이 확인됐고 삵과 수달의 흔적도 발견됐다. 산개구리와 올챙이 출현, 박새 번식 등 계절 변화에 따른 생태 활동도 활발하게 나타났다.

난지한강공원에서는 수달이 실제 활동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수달은 하천 생태계 먹이사슬을 유지하는 핵심 종으로 서식 여부 자체가 환경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주로 저녁 시간대에 활동하는 특성도 함께 관찰됐다.

수달은 깨끗한 수질과 풍부한 먹이 환경이 동시에 갖춰져야 서식할 수 있는 종으로,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오염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동물로 꼽힌다. 이런 특성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수달의 활동이 확인될 경우 해당 하천의 생태계가 일정 수준 이상 회복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로 수달은 어류와 갑각류 등을 먹이로 삼으며 수변 환경 전반의 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의도샛강과 강서·암사 일대에서 촬영된 다양한 야생 생물 모습.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왜가리 2개체, 황조롱이, 청딱다구리, 두꺼비 포접 장면, 제비 등이 담겼으며 모두 올해 1~4월 사이 관찰된 장면. / 서울시 제공
여의도샛강과 강서·암사 일대에서 촬영된 다양한 야생 생물 모습.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왜가리 2개체, 황조롱이, 청딱다구리, 두꺼비 포접 장면, 제비 등이 담겼으며 모두 올해 1~4월 사이 관찰된 장면. / 서울시 제공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는 황조롱이와 청딱다구리, 밀화부리 등 40여 종의 조류가 관찰됐다. 황조롱이는 도심에서도 서식하는 대표적인 소형 맹금류로 먹이사슬과 서식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 번식 활동이 활발해진다. 청딱다구리는 봄철 번식기에 활동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텃새로 계절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종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뚝섬·잠실 한강공원 자연학습장에서는 제비꽃과 민들레, 광대나물 등 봄꽃이 피고 매화와 개나리, 벚꽃, 살구꽃 등 다양한 나무꽃이 개화하며 도심 속 계절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가족 단위 참여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자연을 직접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한강 생태계 관리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진영 미래한강본부장은 “지속적인 생태 모니터링을 통해 다양한 생물의 서식과 번식이 확인되고 있다”며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