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왜 아무도 “블레스 유”를 하지 않을까 외국인이 처음엔 무례하다고 느낀 이유

2026-04-13 16:54

한국에 와서 겪은 가장 작지만 오래 남는 문화 충격 중 하나는 의외로 재채기였다. 내가 자란 문화권에서는 누군가 재채기를 하면 “Bless you”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예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처음 아무도 재채기 뒤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을 봤을 때는 솔직히 조금 무례하게 느껴졌다.

밝은 회색 배경 앞에 서 있는 한 젊은 남성이 손에 든 휴지로 코와 입을 가린 채 재채기를 하고 있다 / 셔터스톡
밝은 회색 배경 앞에 서 있는 한 젊은 남성이 손에 든 휴지로 코와 입을 가린 채 재채기를 하고 있다 / 셔터스톡

이 차이를 가장 먼저 실감한 건 학교에서 처음 사귄 한국인 친구 때문이었다. 그 친구가 재채기를 할 때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Bless you”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고마워” 같은 반응도 없었고,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가버렸다. 처음에는 내가 무시당한 건가 싶어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더 이상했던 건 반대 상황이었다. 이번엔 내가 재채기를 했는데, 나는 당연히 친구가 뭔가 한마디를 해줄 거라고 기다렸다. 하지만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에는 정말 이상하게 느껴졌다. 내가 먼저 늘 챙겨서 말해줬는데, 왜 이 친구는 아무 반응도 없는 걸까 싶었던 것이다. 결국 어느 날 나는 직접 친구에게 왜 자꾸 나를 무시하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오히려 친구 쪽이 더 놀라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서야 나는 한국에서는 재채기 뒤에 “Bless you” 같은 말을 하는 문화가 흔하지 않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처음 알게 됐다. 내가 무례하다고 받아들였던 침묵은 사실 무관심이 아니라 단순한 문화 차이였다는 것을.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재채기 뒤에 짧게라도 말을 건네는 것이 거의 반사적인 습관처럼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일종의 예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그 안에는 상대의 작은 불편함을 인지하고 건강을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아무도 아무 말 하지 않으면 괜히 차갑거나 성의 없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재채기는 굳이 모두가 반응해야 하는 사회적 신호라기보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생리 현상에 더 가깝다. 그래서 누군가 재채기를 했다고 해서 꼭 말을 덧붙이지 않는다고 해서 예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반응하는 문화가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지 않은 것이다.

밝고 깨끗한 실내에서 한 젊은 여성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참으려는 듯 자신의 옷소매 안쪽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 셔터스톡
밝고 깨끗한 실내에서 한 젊은 여성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참으려는 듯 자신의 옷소매 안쪽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 셔터스톡

흥미로운 건 한국에도 예전에는 재채기 뒤에 하던 말이 있었다는 점이다. ‘개치네쒜’ 같은 표현이 한때 쓰였고, 감기가 들지 않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오래된 표현처럼 느껴진다. 결국 한국에도 비슷한 개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대의 일상에서는 자연스럽게 사라진 셈이다.

이 차이가 더 흥미롭게 느껴졌던 건, 외국인인 내게는 재채기 뒤의 한마디가 단순한 말버릇이 아니라 일종의 배려처럼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는 “나는 네 상황을 알아차렸고, 예의를 지키고 있어”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그렇게 매번 반응하는 것이 더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어떤 문화에서는 말하는 것이 예의이고, 또 어떤 문화에서는 굳이 말을 보태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침묵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됐다. 처음에는 차갑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그것이 무관심이 아니라 그 사회가 일상을 다루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걸 안다. 오히려 재채기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태도 역시 한국식 생활 리듬의 일부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이 경험이 더 재미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이상해 보였던 쪽이 한국 친구들이 아니라 나였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나는 예의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며 “Bless you”를 말했지만, 친구 입장에서는 왜 굳이 재채기할 때마다 그런 말을 하지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민망하면서도 웃음이 난다.

아주 작은 차이 같지만,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문화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거창한 제도나 눈에 띄는 관습보다도, 누군가의 재채기 앞에서 말을 할지 말지 같은 사소한 습관이 오히려 한 사회의 예의와 거리감, 배려의 방식을 더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에서 누군가 재채기를 해도 나는 더 이상 침묵을 무례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저 여기는 그런 방식으로 일상이 흘러가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home 오아나 기자 oana11@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