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군위군에 위치한 사유원(思惟園)은 단순한 수목원을 넘어 자연, 건축, 철학이 어우러진 세계적인 수준의 사색의 정원이다. 한국관광공사가 2025 ‘한국관광의 별’ 유망 관광지로도 선정됐다.

'생각에 잠기는 정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유원은 예약제 수목원으로,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한국의 승효상, 최욱 등 거장들이 설계한 30여 개의 건축물이 전시돼 있다.
소요헌(逍遙軒)은 포르투갈의 거장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곳으로, 빛과 그림자의 유희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지붕 없이 하늘로 열린 콘크리트 벽면 사이로 쏟아지는 봄 햇살이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체감하게 한다. 명정(冥庭)은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곳으로, 붉은 벽 사이 고요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 걷기 좋다.
풍설기천년은 수령 300~600년에 달하는 모과나무 108그루가 모여 있는 정원이다. 이곳에서는 수백 년의 비바람을 견뎌낸 고목들의 기괴하면서도 강인한 곡선을 만날 수 있다. 사유원은 다음 달 24일까지 ‘모과 & 정향 축제’를 연다. 고목이 터뜨리는 분홍빛 꽃은 2주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만 볼 수 있다. 올해 656세를 맞이한 최고령 모과나무의 개화도 주목해볼만 하다.

모과꽃이 지면 다음 달부터 정향나무꽃 차례가 온다. 축제 기간 방문객 전원에게는 주요 꽃 군락지와 포토 스폿이 담긴 ‘모과 & 정향 꽃길 엽서’를 나눠준다. 엽서 속 QR코드를 찍으면 개화 위치와 정원 동선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축제 기간 중 열리는 프로그램도 있다. 사유원 수목 전문가와 함께하는 ‘사유원의 나무’로, 오는 25일과 다음 달 23일 두 차례 진행된다. 사유원 조경에 담긴 철학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사유원의 봄은 3월부터 시작된다. 흔히 볼 수 있는 백매와 홍매는 물론 용의 자태를 닮은 운용매화와 검은 빛의 매혹적인 흑룡금매화도 발견할 수 있다. 4월 초가 되면 알바로 시자가 사랑한 목련이 피어나며, 차가운 노출 콘크리트와 순백의 목련꽃이 대비되는 독특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유원은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성인 기준 주중 5만 원, 주말 6만 9000원이다. 또 안전과 고요한 분위기 유지를 위해 만 8세 미만 미취학 아동은 입장이 제한되는 '노키즈존'으로 운영된다. 산지가 포함된 넓은 부지를 걸어야 해서 편안한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구 시내에서 자가용으로 약 40분 거리에 있다.

한편 사유원 인근에는 한밤마을과 화본역이 자리해 있다. 한밤마을은 무려 1000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로, 약 4km에 달하는 정겨운 돌담길이 보존돼 있다. 마을 중앙의 남천고택과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장관인 대율리 송림을 천천히 걸으며 사색을 즐기기 좋다.
화본역은 증기기관차 시절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꼽히는 이곳은 1938년에 지어진 뒤 2011년에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또 화본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는 폐교를 개조한 박물관도 있다. 1960~70년대 교실 및 문방구를 재현해 둔 곳으로, 옛날 교복 입기 체험이나 운동장에서 굴렁쇠 굴리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