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법정에서 공개 증언했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약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혀 이목이 집중됐다.

김 여사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전직 대통령 부인이 내란 관련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선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재판부가 "윤석열이 증인에게 계엄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느냐"고 직접 묻자, 김 여사는 "없었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어 "계엄 선포 전후로도 관련 언급이 없었느냐"는 추가 질문에도 "전혀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비상계엄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해 김 여사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재판부가 "피고인(박 전 장관)이 임명될 때 증인이 관여한 게 있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답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이 "2024년 5월 검찰 인사가 박 전 장관 취임 후 첫 인사인데 관련 내용을 보고받거나 전달받은 적이 있느냐"고 추궁하자 역시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자신과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박 전 장관에게 전달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관여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특검이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내자 김 여사는 입을 닫았다. 특검이 "본인이 피의자인 주가조작, 명품가방 수수 사건 관련해서 박 전 장관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상의한 사실이 있냐", "본인이 피의자인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박 전 장관에게 메시지를 전송해 중앙지검, 대검찰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연달아 던졌지만 김 여사는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의 사퇴와 연관된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했다.
증인신문 도중 김 여사가 직접 불만을 표하는 장면도 나왔다. 특검이 2012년 윤 전 대통령과의 혼인 여부, 2014년 대구 거주 여부 등을 묻자 처음에는 증언을 거부했다. 재판장이 "특별히 답변하는 게 문제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재차 설명을 요구하자 김 여사는 "같이 살지 않았다. 제가 직업이 있었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이어 박 전 장관 측 변호인이 특검의 질문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자 김 여사는 "지금 오늘 여기 나오는 거 자체가 제가 알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다"라며 출석 자체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김 여사가 수사 무마 관련 질문에 대부분 답하지 않으면서 증인신문은 약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박성재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전에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계엄 선포에 가담하고, 이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해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정치인 체포에 대비해 교도소 수용 여력을 점검한 의혹, 그리고 김 여사의 명품백·도이치모터스 관련 수사를 무력화했다는 의혹도 받는 상태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한편 김 여사는 내일(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재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이고, 김 여사는 한 달 뒤인 8월에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용됐다. 이날 법정 출석이 성사되면 구속 이후 부부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민중기특검팀(김건희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58회(약 2억7000만원 상당)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고 보고 있다. 그 대가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범죄수익 1억3720만원에 대한 추징보전도 청구해 놓은 상태다.
김 여사는 별도로 진행 중인 1심에서 여론조사 관련 혐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다만 고가의 명품가방과 목걸이 등을 수수한 혐의 일부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에서 대폭 감경된 결과다. 2심 선고기일은 이달 28일로 지정돼 있으며, 특검은 2심에서도 징역 15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