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가장 나이 든 지역인 전라남도가 벼랑 끝에 내몰린 노년층의 삶을 부여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급증하는 어르신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아내기 위해 지자체와 지역 사회 전체가 똘똘 뭉쳐 사상 최고 수준의 생명 보호 그물망을 펼친다.
◆ 가파르게 오르는 비극의 그래프, 골든타임 놓칠 수 없다
현재 전남 지역의 시곗바늘은 늙어가고 있다. 2026년 2월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무려 28.7%를 돌파하며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라는 무거운 타이틀을 쥐었다. 문제는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마음의 병이다. 통계에 따르면 10만 명당 노인 극단적 선택 비율은 2022년 38.0명에서 2024년 44.5명으로 치솟으며 붉은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에 전남도와 전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더 이상 이 비극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노년층의 정서적 특성을 정밀 타격하는 특단의 조치를 꺼내 들었다.
◆ 얼어붙은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 힐링 백신, '내안애(愛)'
이번 구출 작전의 핵심 무기는 바로 어르신 특화 심리 방역 프로그램인 ‘내안애(愛)’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다. 잠 못 이루는 밤을 달래주는 수면 관리부터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스스로 털어내는 법, 그리고 혼자 감당하기 벅찬 위기 순간에 즉각 구조 신호를 보내는 실전 지침까지 세밀하게 교육한다. 도는 이 과정을 통해 마음의 병이 깊어진 은둔형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고 맞춤형 밀착 관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 마을 이장부터 응급실까지… 지역사회가 하나 된 거미줄 방어막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뚫린 구멍을 모두 막을 수 없다. 이에 전남 22개 시군이 연합해 촘촘한 지역 밀착형 방어선을 구축했다. 동네 사정에 가장 밝은 이장과 통장들을 '생명지킴이'로 임명하고, 동네 약국을 '생명사랑약국'으로 지정해 일상 속 이상 징후를 가장 먼저 포착한다. 또한, 한 번의 뼈아픈 시도를 겪은 이들이 다시 무너지지 않도록 응급실과 연계한 사후관리 시스템 ‘생명 이-음’을 가동하며, 경찰 및 소방 당국과 핫라인을 뚫어 24시간 출동 대기하는 위기개입팀까지 신설했다.
◆ 봄의 불청객 '스프링 피크' 막아라… 24시간 열린 구원의 전화
특히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3~5월)은 역설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며 극단적 선택이 급증하는 이른바 '스프링 피크' 기간이다. 전남도는 이 고위험 시기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대대적인 생명 존중 캠페인을 벌이며 도민들의 인식 개선에 나선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간절할 때 언제든 응답하는 상담 콜센터(109)와 정신건강 핫라인(1577-0199)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광선 전남도 보건복지국장은 “전국에서 가장 노인 인구가 많은 전남에서 어르신들의 마음 건강을 지키는 것은 행정의 최우선 의무이자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하며, “단 한 명의 도민도 외로움 속에 스러지지 않도록 지역 사회와 연대해 완벽한 방패막을 세우겠다”고 굳은 결의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