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버틴 한 가문의 '400년' 집념…9대째 가꿔온 '명품' 대나무 숲

2026-04-10 16:26

아홉산숲, 한 가문이 9대에 걸쳐 지켜온 기장의 숲

어떤 공간은 세상의 변화와 조금 떨어진 채 오랜 시간을 품고 있기도 한다. 부산 기장군 아홉산 자락에 자리한 아홉산숲도 그런 곳이다. 이 숲은 400년이 넘는 시간을 담장 너머에서 지켜왔다.

아홉산숲 / 부산관광아카이브
아홉산숲 / 부산관광아카이브

화려한 시설이나 인공적인 조형물보다 세월이 쌓인 나무들이 중심이 되는 곳으로, 자연의 흐름을 차분히 느낄 수 있다. 아홉 개의 봉우리를 품고 있다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을 가진 아홉산숲은 남평 문씨 가문이 9대에 걸쳐 400년 넘게 가꿔온 사유림이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시기를 지나면서도 본래 풍경을 간직해왔다. 숲을 지켜온 이들은 오랜 시간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을 이어왔고, 그 결과 오늘날 약 52만㎡에 이르는 숲이 남게 됐다. 오랫동안 그린벨트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던 이곳은 2016년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오랜 시간 닫혀 있던 숲이 개방되면서 지금은 기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천천히 걸으며 숲의 결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아홉산숲   / 부산관광아카이브
아홉산숲 / 부산관광아카이브

숲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높게 뻗은 맹종죽 군락지다. 굵은 대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만들어내는 초록빛 풍경은 아홉산숲을 대표하는 장면 가운데 하나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댓잎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는 숲의 분위기를 또렷하게 만든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령 100년에서 300년에 이르는 금강소나무와 편백나무, 삼나무 등이 이어진다. 인위적인 조경을 앞세우기보다 숲이 지닌 본래의 모습과 결을 살린 점도 이곳의 특징이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구역마다 나무의 높이와 밀도, 빛이 드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 같은 숲 안에서도 인상이 다르게 느껴진다.

아홉산숲   / 부산관광공사
아홉산숲 / 부산관광공사

아홉산숲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울창한 대숲과 깊이 있는 숲길은 화면에 담았을 때 또렷한 분위기를 만들어 여러 작품의 배경이 됐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명소로도 이름을 알리면서 숲을 찾는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숲을 지나 소나무 숲과 편백숲으로 이어지는 길은 흐름이 자연스럽고, 인공적인 연출보다 숲 본연의 모습에 시선이 머문다.

산책로는 비교적 완만한 편이어서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 좋다. 전체를 둘러보는 데에는 보통 1시간에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길을 걷다 보면 발밑의 흙길 감촉과 짙은 나무 향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온라인 후기에서도 잘 정돈된 숲길과 조용한 분위기를 장점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다른 관광지처럼 자극적인 볼거리나 시설보다 숲 자체가 주는 깊이와 고요함이 이곳의 인상으로 남는다는 반응이 많다. 비교적 넓은 숲이지만 동선이 복잡하지 않아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주요 구간을 차분히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홉산숲   / 부산관광공사
아홉산숲 / 부산관광공사

계절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는 점도 아홉산숲의 특징이다. 봄과 여름에는 대숲과 침엽수림의 초록이 더욱 짙어지고, 가을에는 숲길 곳곳에 계절의 변화가 드러난다. 겨울에는 잎이 줄어든 풍경 속에서 대숲과 소나무 숲의 선이 더 분명하게 보인다. 같은 길이라도 어느 계절에 찾느냐에 따라 숲의 분위기가 달라져 다시 찾는 관광객도 있다. 화려한 변화를 앞세우기보다 숲의 밀도와 색, 공기의 차이를 천천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계절 변화가 비교적 또렷한 곳이다.

아홉산숲을 찾을 때는 관람 수칙을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은 오후 5시에 마감된다. 입장료는 성인 8000원, 경로·단체 7000원, 청소년·어린이는 5000원이다. 숲의 지형을 보호하고 나무 뿌리 손상을 줄이기 위해 유모차와 자전거, 등산용 스틱 반입은 제한된다. 식물을 훼손하거나 곤충을 채집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다만 개방 시간 등 세부 사항은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홉산숲   / 부산관광공사
아홉산숲 / 부산관광공사

기장군은 아홉산숲 외에도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 많은 지역이다. 숲에서 산책을 마친 뒤에는 기장 바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해동용궁사와 바다 풍경이 어우러진 죽성드림세트장 등을 함께 둘러보는 일정도 가능하다. 숲과 바다가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하루 코스를 짜기에도 비교적 수월하다. 아홉산숲이 깊은 숲의 결과 정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공간이라면, 기장 해안가 여행지는 보다 탁 트인 풍경을 보여준다. 분위기가 달라 한 지역 안에서도 여행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변화를 줄 수 있다.

아홉산숲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