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 한국의 대표 신도시 한복판 인근 산자락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동물이 포착됐다.

주인공은 바로 하늘다람쥐다. 하늘다람쥐는 천연기념물 제328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국가 차원의 보호를 받고 있는 동물이다.
SBS는 맹산환경생태학습원이 제공한 영상을 지난 10일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경기도 성남시 영장산 기슭의 한 참나무에서 하늘다람쥐 2마리가 함께 움직이는 장면이 담겼다. 한 마리가 나무에 앉아 있는 사이, 다른 한 마리가 비막을 활짝 펼치고 부드럽게 내려와 앉는 모습이 선명하게 찍혔다.

"바닥은 위험해요"…나무 위를 쉬지 않고 오가는 하늘다람쥐
영상에는 하늘다람쥐가 나무 아래쪽이나 인공 둥지 위에서 꼬리를 들고 배변하는 모습, 그리고 빠르게 나무 위를 오르내리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포착됐다.

이은희 맹산환경생태학습원 환경교육 강사는 SBS와 인터뷰에서 "천적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바닥에 내려오면 위험하다"며 "그래서 나무 위에서 주로 활동하고, 잠깐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버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늘다람쥐의 이런 습성은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하늘다람쥐는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위치해 라쿤, 청설모, 뱀 등에게 공격을 받기 쉬운 처지다. 땅 위보다 나무 위가 훨씬 안전한 셈이다.
주민 생활권 바로 옆에서 발견…"굉장히 중요한 포인트"
이번 발견이 더욱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발견 장소가 도심과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영장산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광주시 오포읍 경계에 위치한 해발 413.5m의 산으로, 율동공원·중앙공원과 연결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곳이다.
정병준 맹산환경생태학습원 원장은 "설악산이나 오대산도 물론 좋지만, 그곳은 우리가 사는 지역이 아니지 않냐"며 "사람이 살고 있는 그 주변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하늘다람쥐는 백두산 일원에서는 흔하게 분포하지만, 남한에서는 섬을 제외한 전국에 드물게 분포한다. 특히 수도권 인근에서 영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

2024년 배설물로 서식 확인 → 인공 둥지 40개 설치 → 카메라 영상 첫 포착
성남시는 지난 2024년 하늘다람쥐의 배설물 등을 통해 영장산 일대에 서식 흔적을 처음 확인했다. 이후 서식처 보존을 위해 기업 등과 협력해 인공 둥지 40개를 마련했고, 올해 초 무인 센서 관찰 카메라 3대를 설치해 마침내 영상으로 서식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관찰 카메라에는 하늘다람쥐 외에도 오소리, 멧돼지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함께 포착됐다. 산림 생태계가 그만큼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증거다.
성남시는 2008년부터 영장산 등 3곳을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해왔으며, 현재 주요 산림 8개 권역 추가 지정도 검토 중이다.
백시연 성남시 자연환경팀장은 "8개 권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멸종위기종 등 다양한 생물을 확인한 뒤 보호구역 지정 등으로 방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등과 함께 서식지 개선 활동도 함께 펼칠 예정이다.
하늘다람쥐, 어떤 동물이길래?
하늘다람쥐가 이렇게 화제가 된 데는 그 독특한 생김새와 능력도 한몫한다.
몸길이 12~13cm, 꼬리길이 11~12cm의 작은 체구에 머리는 둥글고 눈은 크고 둥글다. 몸통 양 옆으로 비막이 앞다리에서 뒷다리까지 이어져 있어, 다리를 뻗으면 날개처럼 펼쳐진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활공하며, 넓적하고 평평한 꼬리로 비행 방향을 조절한다. 밤에 활동하며, 자연적으로 생겼거나 딱따구리가 파 놓은 나뭇구멍 속에서 생활한다.
활공 거리는 보통 7~8m이며, 필요에 따라 30m 이상 활공하기도 한다.
암컷 무게는 150g, 수컷은 조금 더 가볍다. 비막을 펼쳐서 날아다닐 수 있는데, 공기 흐름에 따라 20~100m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1960~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로 숲이 파괴되면서 개체수도 꾸준히 줄었고,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귀여운 외모 때문에 불법 포획 문제도 있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하늘다람쥐를 포획하면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도심 가까이에서 하늘다람쥐 2마리가 함께 카메라에 잡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설마 분당에서?"라는 반응과 함께 "우리 동네 산에도 있는 거 아니냐"는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