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손쉽게 배를 채우는 길은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금방 익는 그릇 라면은 언제 어디서나 먹기 좋고 값도 싸서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다. 하지만 늘 먹던 국물 맛이 조금은 지겹게 느껴지거나, 몸에 좋은 든든한 한 끼를 챙겨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아주 적은 돈과 품을 들여서 전문점에서 파는 감자탕 못지않은 맛을 내는 비법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깨가루와 깻잎을 라면에 넣는 것이다.

이 방법의 가장 좋은 점은 요리를 전혀 못 하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금방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쉽다는 것이다. 준비할 것도 아주 간단하다. 평소 즐겨 먹는 매운 국물 라면 한 그릇과 마트에서 쉽게 사는 들깨가루 두 숟가락, 그리고 파릇파릇한 깻잎 서너 장만 있으면 된다.
라면을 만드는 길은 평소와 거의 같다. 먼저 라면 그릇의 뚜껑을 열고 면 위에 국물 맛을 내는 가루를 뿌린다. 그다음 준비한 들깨가루 두 숟가락을 넉넉히 넣는다. 들깨가루는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고 입안 가득 고소한 맛을 채워주는 가장 중요한 알맹이다. 그 위에 깻잎을 손으로 대충 툭툭 찢어서 올린다. 칼이나 가위를 쓸 필요도 없다. 손으로 찢어 넣어야 깻잎 속의 진한 향이 국물에 더 잘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모든 재료를 넣었다면 그릇 안쪽 줄까지 뜨거운 물을 붓는다. 뚜껑을 닫고 평소처럼 3분에서 4분 정도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 면이 다 익으면 젓가락으로 들깨가루와 깻잎이 국물에 골고루 섞이도록 넉넉히 저어준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고소한 들깨 향과 알싸한 깻잎 향이 어우러지면 비로소 한 그릇의 요리가 완성된다.
왜 이 두 가지 재료만으로 감자탕 맛이 나는 것일까. 그 까닭은 우리가 밖에서 사 먹는 감자탕의 맛을 잡아주는 가장 큰 힘이 바로 들깨와 깻잎에 있기 때문이다.
들깨가루는 가벼운 라면 국물에 묵직한 무게감을 더해준다. 라면 국물은 대개 맵고 짠맛이 강하지만, 들깨가루가 섞이면 국물이 진득해지면서 돼지 뼈를 오랫동안 푹 고아낸 육수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들깨 특유의 구수한 맛이 라면의 자극적인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주어 전체적인 맛의 결을 한층 높여준다.

깻잎은 코끝을 자극하는 향을 맡는다. 우리가 감자탕을 먹을 때 느끼는 독특하고 시원한 향의 정체는 사실 깻잎인 경우가 많다. 깻잎의 시원한 향이 뜨거운 국물에 녹아들면, 마치 커다란 냄비에 고기와 채소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낸 전골 요리를 먹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두 재료가 어우러지면 라면은 더 이상 간단히 때우는 간식이 아니라 든든한 보양식이 된다.
기본 재료만 넣어도 훌륭하지만, 집에 있는 몇 가지를 더 보태면 맛은 훨씬 더 깊어진다.
첫째는 다진 마늘이다. 마늘을 반 숟가락 정도 넣으면 국물의 깊은 맛이 확 살아난다. 감자탕 맛의 뒤편에는 늘 마늘의 알싸함이 숨어있기 때문에 마늘을 넣는 것과 넣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
둘째는 후추를 조금 뿌리는 것이다. 후추의 톡 쏘는 맛은 국물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뒷맛을 깔끔하게 만들어준다.
셋째는 대파를 듬뿍 썰어 넣는 것이다. 대파는 국물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아삭아삭 씹히는 재미를 더해준다.

마지막으로 국물을 다 먹고 난 뒤의 마무리다. 감자탕을 먹고 나서 밥을 볶아 먹듯, 남은 국물에 찬밥을 한 덩이 말아 먹어보자. 들깨가루 덕분에 국물이 걸쭉해져 있어 밥을 말면 마치 고소한 죽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밥알 사이사이에 배어든 진한 국물 맛은 한 끼 식사를 아주 뿌듯하게 끝맺게 해준다.
이 비법은 국물이 있는 빨간 라면이라면 무엇이든 잘 어울린다. 특히 국물 맛이 진하고 매운맛이 강한 라면일수록 들깨의 고소함과 대비되어 더 좋은 맛을 낸다. 면발이 굵은 라면을 쓰면 쫄깃한 식감이 더해져 뼈다귀 해장국에 든 사리를 먹는 기분을 낼 수 있다.
다만 국물이 없는 비빔면이나 짜장 라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 곰탕처럼 하얀 국물 라면에는 들깨가루만 넣는 것이 낫고 깻잎은 향이 너무 강해 맛을 해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