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 임관 인원이 급감하고 공중보건의사 규모까지 줄어든 가운데, 의대생들의 병역 선택이 현역병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군 의료 인력 수급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임관 예정(훈련소 입영 인원 기준)인 군의관은 30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임관자 692명과 비교해 약 56% 감소한 수치다. 여기에 더해 2023년 임관 군의관 745명이 올해 전역을 앞두고 있어, 단순 계산으로도 전체 군의관 수는 약 40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군 의료 인력의 급격한 축소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군의관뿐 아니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규모 역시 감소세다. 2023년 1114명이었던 공보의 편입 인원은 지난해 743명으로 크게 줄었다. 공보의는 농어촌과 도서지역 등 의료 취약지에서 사실상 공공의료의 핵심 축을 담당해 왔다. 이들의 감소는 단순한 숫자 축소를 넘어 지역 의료 공백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의대생들의 병역 선택은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다. 현역병으로 입영하는 의대생 수는 2020년 150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895명으로 약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군의관이나 공보의 대신 복무 기간이 짧은 현역병을 선택하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복무 기간 차이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의관의 복무 기간은 36개월인 반면, 현역병은 18개월로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현역병 급여가 크게 인상되면서 경제적 측면에서도 매력도가 높아졌다. 단순히 의정 갈등과 같은 일시적 요인보다는 제도적 구조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의대생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대생 응답자 1553명 중 97.9%가 군의관·공보의를 기피하는 이유로 ‘사병보다 긴 복무 기간’을 꼽았다. 복무 기간을 단축할 경우 지원 의향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개월로 단축 시 19.4%, 26개월로 줄일 경우 62.9%, 24개월로 단축할 경우에는 무려 94.7%가 지원 의사를 밝혔다. 복무 기간이 지원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국방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군 의료 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구상은 대대급 부대의 군의관 배치를 축소하고, 여단·사단 등 상급 부대 중심으로 의료 기능을 재편하는 방식이다. 제한된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조치지만, 일선 부대의 즉각적인 의료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인력 재배치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군의관과 공보의 감소는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병역 제도와 의료 인력 정책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복무 기간과 처우의 격차가 지속되는 한, 의대생들의 선택은 현역병 쪽으로 계속 기울 가능성이 크다.
유용원 의원은 “현역병 복무기간 단축과 급여 인상은 긍정적인 정책이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군 간부와 군의관 등 핵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며 “복무기간 조정, 처우 개선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군 의료 인력의 감소는 단순히 군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 공공의료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군의관과 공보의가 담당해온 역할의 공백이 커질 경우, 의료 취약지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 역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병역 제도와 의료 인력 정책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