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지속 가능한 성장'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창업 정신을 기반으로 한 장기 비전과 함께, 기술·자본·내부통제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을 통해 다음 도약을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그룹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며 신한의 '지속 가능한 서사'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강조했다고 9일 밝혔다. 단기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특히 대외 환경에 대한 진단이 눈길을 끈다. 진 회장은 최근 국내 증시 성장의 배경으로 상법 개정을 지목하며, 세 차례에 걸친 제도 변화가 시장 신뢰 형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중 경쟁과 보호무역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재조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이 향후 5~10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금이 한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기술 격차 해소의 중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이와 맞물려 신한금융은 이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위해 '생산적 금융'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진 회장은 그룹 미래전략연구소의 보고서 '집값이 안정되면 달라질 것들'을 언급하며, 주택 가격이 안정될 경우 가계 자산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기업대출 등 생산적 금융이 향후 금융사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사회 차원의 전략 고도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밸류업 2.0' 계획에 대해 기존 정책의 실행 성과를 면밀히 점검하고 투자자 의견을 반영해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서신 도입부에서는 진 회장이 오르테가의 '대중의 반역'을 인용했다. 이를 통해 선배 세대가 쌓아온 성과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으며, 연초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주요 경영진과 함께 혁신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성과에 대한 평가도 함께 담겼다. 특히 디지털 전환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생성형 AI 경진대회 개최와 AX 전담 조직 신설 등을 통해 AI 전환 가속화를 추진했고, 궁극적으로 신한을 'AI Native Company'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2027년을 목표로 설정했던 주주환원율 50%를 지난해 조기 달성하며 시장 기대치를 앞당겨 충족시켰다. 더불어 글로벌 세전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금융 산업에서 상징적인 성과를 기록했다는 점도 강조됐다.
내부통제 강화 역시 언급됐다. 기존에 지주와 은행 중심으로 운영되던 책무구조도를 증권, 라이프, 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로 확대 적용했고, 내부통제 개선 성과를 평가와 보상 체계에 반영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내부통제는 비용이 아닌 필수 요건'이라는 기준을 조직 전반에 정착시켰다.
아울러 서신 말미에서 진 회장은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당시 제시된 '7B 경영이념'을 다시 언급했다. "'나라를 위한 은행'은 생산적 금융으로, '믿음직한 은행'은 철저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로, '세계적인 은행'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끊임없는 도전으로 구체화될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창업자와 선배 세대의 도전정신을 계승해 '일류 신한'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