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진작가들 입소문 난 '이곳'…강물 위로 별빛 쏟아지는 '국내 은하수 명소'

2026-04-09 14:36

보청천 물길 위에 피어난 고고한 정자, 옥천 상춘정의 사계

속리산의 깊은 골짜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굽이굽이 흘러 충청북도 옥천의 동쪽 끝자락에 닿는다. 청산면과 청성면을 가로지르는 보청천은 금강 본류와 합류하기 전,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독특한 풍경을 빚어낸다.

은하수 피는 상춘정 / 한국관광공사(촬영 : 최윤석)
은하수 피는 상춘정 / 한국관광공사(촬영 : 최윤석)

잔잔하게 흐르는 물길 한복판에는 마치 누군가 세워둔 듯한 바위산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높이 20m에 달하는 이 바위의 이름은 독산이며, 그 꼭대기에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서 있는 정자 하나가 자리한다. 주변 풍경이 늘 봄처럼 따스하고 아름답다고 해 이름 붙은 상춘정이다.

상춘정 / ⓒ한국관광콘텐츠랩
상춘정 / ⓒ한국관광콘텐츠랩

상춘정은 1970년대 당시 청성면장이 주도해 건립한 현대 건축물이다. 하지만 정자는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예스러운 멋을 자아낸다. 정자가 들어선 독산은 모양이 독특해 충북 단양의 도담삼봉을 떠올리게 한다. 석회암으로 이뤄진 이 봉우리는 보청천의 맑은 물과 어우러져 계절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인다. 상춘정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에는 어느 계절에 찾아도 포근한 기운이 감돈다. 봄에는 주변을 수놓는 야생화가,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이,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물 위에 비쳐 그림 같은 풍광을 완성한다.

이곳에는 독산에 얽힌 전설도 있다. 아주 먼 옛날, 원래 보은 속리산에 있던 독산이 큰 장마에 떠내려와 지금의 보청천 자리에 머물게 됐다고 한다. 그러자 속리산에 있던 사찰의 주지 스님이 나타나 이 산은 본래 우리 것이니 세금을 내라고 억지를 부렸다. 마을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 갈 무렵, 새로 부임한 현감이 묘책을 냈다. 현감은 주지 스님에게 독산은 우리 마을에서 원해 가져온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 떠내려온 것이니 당장 도로 가져가라고 호통을 쳤다. 그 후로 스님은 다시는 세금을 요구하지 못했고, 독산은 오롯이 마을의 명물로 남게 됐다는 이야기다.

상춘정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상춘정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상춘정의 진가는 해가 뜨는 새벽녘에 더욱 두드러진다. 옥천군이 선정한 금강비경 중 하나인 만큼, 이곳은 전국 사진작가들이 사계절 내내 찾는 명소다. 맑고 바람이 잔잔한 날이면 독산과 상춘정의 실루엣이 물거울 위로 대칭을 이루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일출 직전 보청천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면 정자는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시선을 끈다. 밤에는 도심의 소음과 불빛에서 벗어나 별빛을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도 꼽힌다. 쏟아지는 별빛 아래 자리한 상춘정의 모습은 고요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상춘정 풍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박우식)
상춘정 풍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박우식)

정자로 향하는 길 또한 특별하다. 보청천에는 하천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보가 여럿 설치돼 있는데, 그중 독산 아래에 있는 산성보를 통해 정자에 접근할 수 있다. 하천 수위가 적정할 때에는 이 보를 징검다리 삼아 건너며 물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 물길을 가로질러 정자에 올라서면 보청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강물은 거울처럼 잔잔하고, 건너편 들판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상춘정이 있는 옥천 청산면 일대는 예부터 물이 맑고 물고기가 많아 천렵 문화가 발달했다. 이 지역의 향토 음식인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보청천에서 잡아 올린 모래무지, 피라미 등 민물고기를 푹 고아 낸 육수에 국수를 말아 먹는 생선국수는 담백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특징이다. 또 작은 물고기를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깔아 바삭하게 튀긴 뒤 양념을 곁들인 도리뱅뱅이는 고소한 풍미와 식감으로 인기가 높다. 청산면사무소 인근에는 생선국수 거리가 조성돼 있어 다양한 식당에서 지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상춘정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상춘정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인근에는 함께 둘러보기 좋은 명소들도 있다. 청산현의 옛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문화유적과 더불어 보청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다. 옥천의 특산물인 포도와 복숭아 역시 훌륭한 먹거리다.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당도가 높기로 유명한 옥천의 과일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상춘정은 연중 상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다만 기상 상황에 따라 보청천의 수위가 높아질 경우 정자로 이어지는 보를 건너는 일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반드시 날씨와 수위를 확인해야 한다.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옥천 상춘정은 늘 봄 같은 풍경과 여유를 건네는 곳이다.

상춘정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