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이 심리적 저지선인 리터당 2000원 선을 돌파하며 유류비 부담이 임계치에 도달한 가운데 국제 석유 시장의 기록적인 가격 폭락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매 가격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며 상승폭을 키우고 있어 서민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9일 오전 11시 기준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경유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5.52원 상승한 2000.22원을 기록했다. 이는 휘발유와의 가격 차이가 불과 17원 수준으로 좁혀진 수치이며 화물차 운영자 등 경유 소비가 많은 직종의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 경유 평균 가격 역시 전일보다 4.35원 오른 1973.93원을 나타내며 2000원 시대를 코앞에 두게 되었다. 휘발유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은 2017.75원으로 전날보다 4.36원 상승했으며 전국 평균은 1981.78원을 기록하며 동반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역별 가격 편차는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시도별 평균 가격 현황을 살펴보면 제주 지역이 2007원으로 서울과 함께 2000원대에 진입하며 전국 최고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했다. 뒤를 이어 충북이 1980원, 경기 1978원, 인천 1977원 순으로 높은 가격을 나타냈다. 반면 전북과 광주는 각각 1961원, 세종 1965원, 부산 1962원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를 유지했으나 전국적인 상승 흐름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최저가 주유소와 최고가 주유소의 격차는 리터당 600원 이상 벌어져 소비자의 발품이 곧 비용 절감으로 직결되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국내 소매 가격의 이러한 폭주와 대조적으로 국제 석유 시장은 전례 없는 대폭락을 경험했다. 4월 8일 기준 국제 경유 가격은 배럴당 198.37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무려 56.96달러가 빠지는 기록적인 하락폭을 보였다. 국제 휘발유 가격 또한 18.74달러 하락한 119.48달러를 기록했으며 두바이유 역시 20.66달러 급락하며 101.2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국제 시장에서 하루 만에 15%에서 20%에 가까운 가격 조정이 일어났음에도 국내 주유소 가격은 오히려 상승 곡선을 그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국내 유가의 역주행 현상이 심화되자 정부는 9일 오후 7시를 기해 세 번째 유가 상한선 조정을 단행하며 긴급 진화에 나선다. 국제유가의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됨에 따라 기존 가격 기준으로는 더 이상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번 상한선 조정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오늘 저녁 공개 직후인 10일 0시부터 전국 주유소에 전격 적용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세 번째 개입이 기록적인 국제유가 폭락분과 국내 소매 가격 사이의 극심한 괴리를 좁히는 실효성 있는 압박 카드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 경유 가격의 2000원 돌파는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는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경유는 화물차, 버스, 건설기계 등 산업 현장의 핵심 연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연료비 상승은 곧 운송비 상승과 제품 가격 인상으로 전이된다. 이미 배달료와 택배비 등 생활 물가 전반에 하방 압력이 거세진 상황에서 주유소 가격의 고공 행진은 가계 경제의 실질 소득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