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언어 장벽과 값비싼 진료비 탓에 아파도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전라남도가 팔을 걷어붙였다.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주민들이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탄탄한 의료 안전망을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완성하며 다문화 행정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 "아파도 참아야 했던 서러움 끝"… 전국 최대 규모 이주민 의료망 탄생
먼 타국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질병은 곧 생계의 위협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남도가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닻을 올린 '외국인 안심병원' 프로젝트가 올해 들어 압도적인 규모로 덩치를 키웠다. 당장 눈앞의 아픔을 참고 일터로 향해야만 했던 이주민들에게, 문턱을 확 낮춘 이 전용 의료 창구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 도내 종합병원 100% 동참… 더 단단해진 백의의 동맹군
의료계의 든든한 호응도 눈길을 끈다. 출범 초기 75개소였던 지정 병원 수는 올해 무려 32곳이 추가로 합류하며 총 107곳으로 늘어났다. 특히 도내에 자리 잡은 26개 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자발적으로 이 뜻깊은 동행에 동참하면서, 이제 외국인 주민들은 전남 어디서든 수준 높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 마음의 병부터 산업 재해까지… '3대 취약점' 맞춤형 핀셋 케어
단순한 1차 진료를 넘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고질적인 3대 의료 취약 분야(산업재해, 감염병, 정신건강)에 대한 특화 진료망도 구축됐다. 고된 노동으로 인한 산재 치료는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이 전담하며, 국립목포병원과 국립나주병원은 각각 감염병 관리와 낯선 타향살이에서 오는 심리적 우울증 등 정신건강 회복을 책임지는 철통 방어망을 형성했다.
◆ "단 한 명도 소외되지 않게"… 진화하는 민·관·학 상생 생태계
이러한 거대한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는 비결은 각계각층의 유기적인 연대에 있다. 전남도는 8일 실무협의체를 열고 지원 체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기존 전남도의사회와 이주민 단체 등에 더해 씨젠의료재단, 목포대 간호학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4개 기관이 새로 합류하며 총 26개 기관이 뭉친 매머드급 민·관·학 네트워크가 완성됐다. 진미선 전남도 이민정책과장은 "각계의 자원과 전문성을 하나로 모은 이 촘촘한 협의체를 통해 국경을 뛰어넘는 따뜻한 의료 복지를 끊임없이 확대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