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창민 영화감독의 아버지 김상철 씨는 최근 취재진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초동수사가 미흡했기 때문에 그걸 번복하고 다시 하기가 굉장히 기술상이나 절차상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검찰의 수사 능력을 믿겠습니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검찰이 전담팀을 꾸려 재수사에 나선 직후였다. 
지난해 10월 김 감독은 발달장애 아들과 심야 식당을 찾았다가 남성 4명에게 둘러싸였다. 식당 안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 남성이 김 감독의 목을 뒤에서 조르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밖으로 나온 김 감독이 두 손을 든 뒤에도 폭행이 이어졌다. 30대 임 모 씨가 김 감독을 CCTV 사각지대로 끌고 사라졌다.
경찰은 당초 임 씨를 입건하지 않았다. CCTV 영상을 확인하고도 "싸움을 말렸다"는 임 씨의 진술을 받아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이 수사 부실을 강하게 항의했고, 검찰도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수사팀이 교체된 뒤에야 임 씨가 추가 입건됐다. 이후 경찰은 네 차례 두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세 차례 반려하며 보완을 요구했고 법원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그사이 김 감독은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기증을 한 뒤 세상을 떠났다. 장기기증으로 살린 생명이 네 명이었다. 결국 검찰이 전담팀을 꾸려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김 감독의 아들이 참고인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수사를 맡았던 구리경찰서에 대해 감찰을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형사사법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검찰이 보완을 요구하거나 직접 나서는 것, 그것이 지금 피해자 가족이 기댈 수 있는 경로다. 그 경로가 10월부터 달라진다.
지난달 20일 공소청법이, 하루 뒤인 21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이 국회 본회의를 연달아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2일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이 법무부 산하에, 부패·경제·마약 등 6대 범죄 수사를 맡는 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산하에 각각 새로 설치된다. 공소청 검사의 직무는 공소 제기 및 유지, 영장 청구 등으로 제한되고,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삭제됐다.
남은 쟁점은 보완수사권이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뒤 검사가 공소 유지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직접 보강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이다. 지금은 검사가 이 권한을 갖고 있다. 공소청·중수청법 통과로 수사 구조 개편의 뼈대는 마련됐지만,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는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으로 넘어간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검사가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공소시효가 이틀밖에 안 남은 상황에 사건이 송치됐는데, 보완수사가 전면 금지되면 경찰과 검찰을 오가다 시효가 끝나버린다"며 예외적 필요성을 인정했다. 법조계에서는 보완수사권 없이는 피해자 권리 구제에 공백이 생긴다는 우려와 검사가 보완수사 권한을 확대 해석해 사실상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보완수사권 문제는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