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식당 월세를 15만원만 받았는데... 죽을 때까지 못 나간다네요"

2026-04-09 10:20

"찾아가면 문 잠그고 숨는 방식으로 대화 자체 거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10년 넘게 월세가 고작 15만원이었다. 게다가 보증금도 없었다. 그런데 상가 주인이 바뀌자 임차인이 꺼낸 말은 "죽을 때까지 못 나간다"였다.

부모에게 상가를 물려받은 한 건물주의 사연이 9일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에 올라와 누리꾼들의 시선을 끌었다. 글쓴이에 따르면 부모는 10년 넘도록 방과 욕실이 딸린 식당 상가를 월 15만원에 임대해줬다. 보증금조차 받지 않은 채였다. 지방 중소도시 기준으로도 수십 년 전 시세가 그대로 적용된 조건이었다. 글쓴이는 자신이 보유한 인근 상가의 월세가 25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상 제공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건물 소유권이 글쓴이에게 넘어오면서 불거졌다. 글쓴이가 해당 공간에 제조업 허가를 받아 직접 사용하겠다며 명도를 요청하자 임차인은 "장사도 안 되는데 어디 가서 죽으란 소리냐"며 거칠게 반발했다. 죽을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차단했다. 찾아가면 문을 잠그고 숨는 방식으로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글쓴이의 설명이다.

글쓴이는 부모가 임차인에게 오랜 기간 시달려왔다고 했다. 임차인은 오븐기를 들여놓고 전력이 부족하자 건물 노후 탓으로 돌리며 수리를 요구하고, 주방 확장 공사비까지 부모에게 떠넘기는 등의 행태를 반복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부모가 아파서 자리보전하게 된 뒤에야 그간의 사정을 알게 됐다. 글쓴이는 "나이 든 부모를 인질처럼 악용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임차인 측 지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권리금을 주고 같은 조건으로 가게를 인수하겠다며 연락해오기도 했으나, 글쓴이는 해당 자리를 직접 사용할 것이라며 거절했다. 글쓴이는 임대 만료 시 명도를 요구하는 문자를 이미 발송한 상태이며, 임차인은 "절대 안 나가겠다"는 답장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연에 댓글을 단 누리꾼들은 대부분 즉각적인 법적 대응을 권했다. "문자로 통보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내용증명부터 보내라", "법무사를 끼고 진행하면 상대방이 겁을 먹는다", "감정싸움이나 말싸움은 의미가 없으니 대리인을 통해 글로만 소통하라" 등의 조언이 이어졌다. 실제로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한 누리꾼은 내용증명을 두 차례 보내고 소송을 제기해 7개월 만에 퇴거시켰다고 밝혔다. "호의를 권리로 착각한 가장 악질적인 케이스"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 사연에서 법적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임차인은 이를 근거로 최초 계약일로부터 최대 10년까지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10년이 지나지 않은 임차인이라면 건물주가 직접 사용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더라도 임차인이 법적으로 맞설 여지가 생긴다. 다만 이 사연의 경우 임대 기간이 10년을 넘긴 것으로 보여 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이 이미 만료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임차인에게는 더 이상 법적으로 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처럼 계약 만료 이후에도 임차인이 퇴거를 거부하는 경우 건물주가 선택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명도소송이다. 명도소송은 점유 권한을 상실한 임차인이 부동산 인도를 거부할 때 임대인이 관할 법원에 제기하는 소송으로, 통상 소장 접수부터 판결 선고까지 3~6개월이 걸린다. 사안의 복잡성이나 법원 사정에 따라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명도소송에 앞서 반드시 선행해야 할 절차가 있다. 바로 '부동산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 임차인이 제3자에게 점유를 넘겨버리면 기존 판결문으로는 강제집행이 불가능해지고, 새로운 점유자를 상대로 처음부터 소송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가처분 신청에는 통상 2~4주가 소요된다. 승소 판결 이후에도 임차인이 자진 퇴거하지 않으면 법원 집행관을 통한 강제집행 절차로 넘어가며, 이 단계에서 짐을 강제로 반출하고 부동산을 최종 인도받게 된다. 강제집행까지 합산하면 전체 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분쟁이 명확해진 시점부터 가급적 빠르게 절차에 착수할 것을 권고한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억울한 측면이 없지는 않을 수 있다. 수십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소상공인에게 갑작스러운 퇴거 통보는 생계와 직결될 수 있다. 장사가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새 점포를 구하려면 이사 비용과 인테리어 비용 등 적지 않은 초기 자금이 필요하고, 단골 고객 이탈이라는 영업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 권리금 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 오랜 기간 장사를 하며 쌓아온 영업 가치, 즉 권리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채 쫓겨나듯 나가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차인으로서는 억울함을 호소할 여지가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는 조항을 두고 있으나, 임대인이 직접 사용을 목적으로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적용이 제한될 수 있어 해석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임대료를 시세에 맞게 관리했다면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선의로 제공한 임대 조건이 임차인에게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면서 분쟁의 씨앗이 되는 사례는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