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당시 수사팀이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에 대해 편의를 봐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연합뉴스가 9일 보도했다.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안 회장이 검사실에서 쌍방울 관계자 등 공범들과 여러 차례 모여 대화하고 지원을 약속받은 정황 등을 바탕으로 수사 담당자 박상용 검사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안 회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연관된 대북송금 사건에서 핵심 진술을 한 인물이다. 2022년 11월 처음 구속됐으며, 이듬해 1월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경기도와의 연관성은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재판에서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북한 방문 비용을 쌍방울 그룹에서 북한에 전달한 사실을 아느냐는 검찰 질문에 "북측에서 500만 달러를 요구했다가 200만 달러인지 300만 달러로 낮췄다는 얘기를 북측 인사에게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접견 녹취록에 따르면 안 회장은 2023년 2월 24일 딸과 지인 김씨가 참석한 접견 자리에서 "박상용 검사 전화 안 왔던? 너(김씨) 불러달라고 했거든"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안에서 편하게 대화하고 그렇게 하니까 특별히 좀 불러달라 했거든. 오늘 내가 박상용 검사실에 가니까"라고도 했다. 
안 회장은 또 "이화영 때문에 대질신문하는데 우리 편 다 불러서 같이 회의를 해. 회의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검사도 상당히 호의적이야"라고 덧붙였다.
여권은 이 같은 녹취록을 근거로 수사팀이 조사 과정에서 공범들을 한곳에 모이게 하고 접견 편의 등을 제공하면서 진술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안 회장의 녹취록에는 검사실에서 쌍방울 관계자들과 모여 대화했다는 대목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 쌍방울 측이 안 회장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하고 딸의 생활비와 오피스텔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안 회장은 2023년 2월 16일 딸과 통화에서 "어제 아빠가 김성태 회장하고 다 같이 앉아 지시했거든. 변호사도 바꿀 거야. 변호사도 신경 쓰지 말고. 쌍방울이 로펌 해줄 거야"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아빠 쌍방울 다 불러서 다 앉아 이야기했어. 검사실에서 김성태도 만나고 다 만나고 직원들 다 불러서 이야기했어"라며 "방 빨리 해준다고 했어. 변호사도 자기들이 알아서 해준다고 했으니까"라고 말했다.
하루 뒤인 17일에는 안 회장의 딸이 전날 박상웅 전 쌍방울 이사의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안 회장은 "아빠가 전화하라 했어. 아빠가 어제 해놨어"라고 답하면서 "집도 짐이 많으니까 두세 칸짜리 구해줄 거야. 아빠 어제 이야기했어. 부회장한테 하고. 어제 만나서 쌍방울 간부들 다 불러서 다 같이 만났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2023년 2월 16일 안 회장과 박 전 이사의 접견 내역이 없다며 검찰청에서 두 사람이 만난 것으로 추정했다. 안 회장과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은 이날 1313호실 검사실로 나가 출정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안 회장과 딸이 4월 26일, 6월 7일과 21일 검사실에서 접견한 것으로 파악했다. 안 회장은 4월 27일 딸과 통화에서 "면회 오래 했지 어제"라며 "이제 그리로 들어오면 조금씩 길게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안 회장이 언급한 장소가 검찰청 검사실을 의미한다고 봤다.
6월 7일에는 안 회장이 딸에게 "검찰청으로 오면 아빠가 잠시 이야기할게. 이야기해서 너 올라오라고 할 테니까 두 시쯤 돼서 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틀 뒤인 6월 9일 통화에서는 안 회장의 딸이 "돈 안 들어왔어 아빠"라며 "그날 내가 아빠랑 만났을 때 밖에서 박상웅 삼촌이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했거든"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너한테 생활비 300만 원 주기로 했거든, 그거 안 들어왔어?"라고 물었고, 딸은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6월 7~8일 수원구치소에서 안 회장의 접견 내역이 없다며 수원지검에서 접견한 것으로 추정했다. 안 회장의 6월 21일 출정일지에는 '딸이 와서 면회 가능 여부에 대해 조사 중 가족 면회는 안 된다고 했음에도 면회함'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건태 의원실에 따르면 쌍방울 계열사는 2023년 7월 1일 안 회장 딸과 연봉 4000만 원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2024년 3월까지 월 333만 원씩 총 3046만 원을 지급했다. 담당 업무는 홍보 컨설팅이었다. 또 쌍방울 계열사 명의로 서울 송파구 오피스텔도 제공했는데, 안 회장 딸은 2023년 3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총 32개월간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165만 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이용했다. 보증금을 포함한 총납부 금액만 7280만 원에 달한다. 쌍방울 측은 안 회장 딸에게 지급한 금액 전액을 지난해 12월 회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쌍방울 임원들이 회사 자금으로 안 회장과 딸을 지원했다며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안 회장에 대해 "피의자가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고, 기본적인 증거들 또한 수집돼 있다"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방 전 부회장과 박 전 이사에 대해서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
박 검사 측은 진술 회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여당에서 녹취록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하자, 검사실에서 만난 인물들은 수사 목적상 대질조사를 위해 소환된 참고인들일 뿐 수사 외의 이유로 소환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관련자들의 전체 녹취록에 검사의 부당한 회유나 압박이 있었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도 강조했으며, 서울고검 수사팀의 조사 과정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직무상 의무 위반, 수사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언행 등을 이유로 박 검사의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정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징계 공소시효인 다음 달 17일 이전까지 박 검사에 대한 감찰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검사가 국민의힘이 단독으로 진행한 '민주당의 공소취소·재판조작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한 것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추가 감찰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