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최대 피해 보는 건 '한국'...원인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2026-04-08 20:21

중동 긴장, 한국 경제 '삼중 충격'에 직면하다
에너지 의존도 높은 한국, 왜 최대 피해국인가?

중동 지역 긴장 고조의 여파가 한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주요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가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부각됐다는 평가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지난 2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이란 분쟁 이후 한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비교전 국가는 없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주요 에너지 자원을 중동,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상당 비중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통항 차질은 곧바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에서 열린 고유가 위기극복을 위한 화물운송·물류업계 현장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8일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에서 열린 고유가 위기극복을 위한 화물운송·물류업계 현장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실제로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으며,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상당 부분을 이 지역에서 들여온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의 경우 카타르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특정 지역에 집중된 수입 구조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할 때 공급망 전체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에너지와 산업용 원자재 수급 부담이 커졌고, 향후 수개월간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유 가격 상승은 전기·가스 요금뿐 아니라 운송비와 생산비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농축산물 가격 역시 물류비 상승과 맞물려 연쇄적인 인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영향은 금융시장에도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증시 급락과 환율 변동, 성장률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삼중 충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단기간에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며 원화 가치가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키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경제협력개발기구 역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주요국 가운데 비교적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하는 한편,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하며 ‘저성장·고물가’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외부 충격이 실물 경제와 금융 지표 전반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글로벌 경기 둔화까지 겹칠 경우 충격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너지 비축 상황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 기준상 한국은 수입 중단 상황에 대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량 기준으로 환산하면 정부 비축분은 약 한 달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단기 충격에는 대응이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인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대응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해협 봉쇄 여파로 한국 선박 수십 척이 항로에 제약을 받으면서 물류 차질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해상 운송 지연은 원자재 수급뿐 아니라 완제품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며, 기업들의 생산 일정과 계약 이행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은 원자재 수급과 물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데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진 만큼,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유 도입선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확대, 핵심 원자재의 전략적 비축 강화 등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서 열린 '주한 이란 대사 및 기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서 열린 '주한 이란 대사 및 기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다만 한국을 ‘최대 피해국’으로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금융시장 변동성은 일본과 유럽 국가들 역시 동시에 겪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며, 각국의 정책 대응에 따라 실제 충격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의 피해 규모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의존도뿐 아니라 산업 구조, 재정 여력, 통화 정책 대응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비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기적인 시장 변동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변화 속에서 한국 경제가 어떤 구조적 대응 전략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향후 영향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