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새벽 3시 40분. 한 대기업 팀장이 블라인드에 글을 올렸다. 제목은 ‘나는 뭐 팀장 하고 싶어서 하냐?’. 조회수는 하루 만에 4만5000건을 넘었다. 댓글도 900개(8일 오후 3시 20분 기준)에 육박했다. 대부분이 위로였다. 
글쓴이는 40대 여성 팀장이다. 스스로를 "키 작은 노처녀 팀장"이라고 소개했다. 팀원들이 뒤에서 자신을 그렇게 부른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왔다고 했다.
그가 털어놓은 사연은 길고 구체적이었다. 팀원들 일이 잘 풀릴 때마다 개인카드를 건네며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했다. 퇴근 후 저녁을 살 때도 잔당 1만 원짜리 맥주를 마셔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팀원들이 법인카드로 인당 3만9000원짜리 덮밥에 카페 커피까지 긁고 와도 자신은 1만 원짜리 콩나물국밥으로 때웠다.
연차도 늘 팀원들에게 먼저 양보했다. 중요한 날 아침에 아픈 척하고 연차를 내고 인스타그램에 놀러간 사진을 올린 팀원에게도 뭐라 하지 않았다. 담배 피우러 나가서 30분, 40분 뒤에 돌아와도 그냥 넘겼다. 다른 층을 돌아다니며 월루를 해도 모른 척했다. 메일함만 뒤지면 나오는 파일을 다시 보내달라고 핑프질을 해도 꾹 참고 다시 보내줬다.
위기가 생기면 직접 나섰다. 팀원들이 업무에 구멍을 내고 사고를 쳐도 자신이 덮어줬다. 위에 올라가 굽신굽신 사과했다. 팀원들이 몰래 이직 면접을 보러 다닐 때 다른 회사에서 레퍼런스 체크 전화가 오면 "일 잘하고 착하다"고 소설을 써줬다.
돌아온 건 배신이었다. 팀원들끼리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뒷담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우연히 그 내용을 직접 봤다. "노처녀 히스테리 부리네", "생리하네" 등의 말이 오갔다. 다른 층에 가면 "눈 맞은 남자 보러 간다", "빨리 결혼해야지"라는 말도 나왔다. 면접에서 떨어지면 무능한 팀장 탓, 커리어를 망친 회사 탓을 했다. "팀장 수당을 받으면서 일은 못 한다", "연봉 반은 뺏어야 한다", "빨리 정리해고해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글쓴이는 "나도 사람이야"라고 했다. "나도 갑자기 연차 쓰고 집에서 늦잠 자고 놀고 싶어. 나도 법인카드로 맛있는 비싼 밥 사먹고 싶어. 나도 아픈 척하고 건강관리실 가서 잠자고 싶어." 그러면서 "너네들 때문에 힘들어서 집에 와서 혼자 술 마시고 밤새 운 적도 많아"라고 했다. "주말에 정신과 그만 다니고 싶어. 약 타먹기 싫어"라는 말도 남겼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제발 나 좀 내버려 둬. 나 좀 킹받게 하지 마. 나도 회사 가기 싫어. 너네들 마주치기 무서워.“
블라인드 반응은 압도적으로 글쓴이 편이었다. "편의를 다 봐주고 오냐오냐하니까 기어오르는 거지. 원칙대로 해줘"라는 댓글이 좋아요 319개를 받으며 최상단에 올랐다. 글쓴이는 댓글에서 "원칙대로 하잖아? 그러면 '팀장 요즘 꼰대다', '노처녀 히스테리 부리네'라는 말 나온다. 나도 이런 말 듣기 싫다"라고 답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원칙대로 해서 누르든 해야 된다", "선동하는 애가 분명 있다. 걔네끼리 경쟁을 시키든 억지로라도 편애를 해서 찢어놔야 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해", "평가로 조지라" 등의 댓글이 수백 개씩 달렸다.
같은 처지의 팀장들도 댓글을 달았다. 한 소기업 팀장은 "처음엔 신뢰받던 팀장이었는데 직원 하나 잘못 들어온 후로 반년 만에 폐급 팀장이 됐다. 사비로 커피 사주고 간식 사주고 그러다 단톡방 캡처를 봤다. 뒷담화 양이 어마어마했다. 이후로 팀원들이랑 커피타임도 식사시간도 안 가진다. 어차피 어떻게 해도 욕먹는 자리다. 일만 하라"고 했다.
한 댓글은 글쓴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무능이 아니라 유능 아님?" 또 다른 댓글은 "그 회사 정도에 여자라면 진짜 능력 있어서 팀장을 단 건데 글이 왜 이렇게 슬프냐"고 했다.
글쓴이는 "나도 나 무능한 거 알아. 못나서 나이 마흔 넘게 먹고 결혼도 못 하고 혼자 사는 거 알아"라고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그러나 댓글 창 분위기는 달랐다. "착하고 여린 거 알아서 만만하게 보는 거야. 못된 거지", "스스로를 더 이상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팀장님은 이미 충분히 애썼고 충분히 버텼다" 등의 댓글이 수백 개의 공감을 받았다.
<나는 뭐 팀장 하고싶어서 하냐?>
나도 팀장 하기싫어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둬 나도 먹고살기 힘들어
너네들이 키작은 노처녀 팀장이라고 뒤에서 욕하고다녀도 모르는 척 해주잖아 뭐라고 안 하잖아
너네들 일 해낼 때 마다 내 개인카드 주면서 맛있는거 사먹고 오라고 카드 주잖아
퇴근하고 내 개인카드로 저녁밥 사줄 때 잔당 만원짜리 코젤맥주 마셔도 내가 뭐라고 안 하고 다 사줬잖아
너네들 법인카드로 인당 39000원짜리 덮밥에 카페에서 몇만원 긁고와도 내가 만원짜리 콩나물국밥 먹어주잖아
나도 연차쓰고 늦게까지 늦잠자다 카페가고 놀고싶어 그래도 연차 먼저 다녀오라고 일정 다 양보하잖아
중요한 날 아침에 갑자기 아픈 척 하고 연차내고 인스타에 놀러간거 스토리 올려도 내가 뭐라고 안 하잖아
너네들 일하다 아픈 척 하고 건강관리실 가서 낮잠자고 꿀빨아도 그러려니 피곤한가보다 하고 이해해주잖아
다른 층이나 다른 팀 가서 커피마시고 도망다니고 월루하고 꿀빨아도 내가 모르는 척 해주잖아
다른 팀장들이나 팀원들이 우리팀 애들 놀러다닌다고 일 안 하냐고 뭐라하면 내가 일 열심히 안 해도 되니 제발 자리에만 앉아있어달라고 주의만 줬잖아
출근 10분 20분 지각해도 내가 크게 뭐라 안 하잖아 출근시간 정각보다 더 빨리 안 와도 되니까 정각만 맞춰달라고 사정사정하잖아
너네 메일함만 뒤져도 나오는 파일들 다시 보내달라고 핑프짓해도 내가 꾹참고 다시 보내주잖아
너네들 담배피우러 나가서 30분 40분 뒤에 돌아와도 크게 뭐라고 안 하잖아
너네들끼리 팀즈 단톡방에서 내 뒷담까고 욕하는거 우연히 봐도 모르는 척 해주잖아
나도 사람이야 “ㅇㅇ이(내이름) 노처녀히스테리 부리네” “ㅇㅇ이 생리 ㅈㄴ하네” 이러고 나 다른 층 가면 ”ㅇㅇ이 분명 눈맞은남자 보러간다“ ”ㅇㅇ이도 빨리 결혼해야지“이러는 거 나도 기분나쁘고 속상해
너네들 나한테 일 짬때리고 칼퇴해도 내가 뭐라고 안 하잖아 업무 빵꾸내고 사고쳐도 내가 다 덮어주잖아
너네들 몰래 이직하려고 면접보러다녀도 다른 회사에서 얘 어떤애냐 전화오면 좋은 곳 가라는 마음에 일잘하고 착하다고 소설도 다 써줬잖아
너네들이 면접 떨어진걸 왜 무능한 팀장 탓 커리어 망친 회사 탓을 하는건데?
뭐 팀장수당 받으면서 일은 존123나 못 한다고? 연봉 많이 받아가면서 꿀빤다고? 연봉 반은 뺏어야한다고? 나처럼 무능한 팀장 빨리 정리해고하고 내쫓아야한다고?
나는 뭐 고스톱쳐서 여기 올라왔냐? 나도 나름 열심히 했다고 나도 너네 나이 때 12시 넘어서 퇴근하고 새벽에 출근하고 개같이 굴렀다고
그렇게 좋으면 니네들이 팀장하던가 그렇게 좋은 팀장자리 니네들이 팀장해라
왜 내가 너네들 사고친거 위에 올라가서 굽신굽신 사과해야하고 내가 잘못했다고 빌어야하는건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나도 나 무능한거 알아 너네들한테 미안한 것도 있어 나도 못나서 나이 40 넘게 먹고 결혼도 못 하고 혼자사는거 알아
나도 노처녀라고 놀림받는 것도 싫어 회사 관두고 나가고싶어
나도 갑자기 연차쓰고 집에서 늦잠자고 놀고싶어 나도 다른데 돌아다니고 월루하면서 꿀빨고싶어
나도 법인카드로 맛있는 비싼 밥 사먹고싶어 나도 아픈 척 하고 건강관리실 가서 잠자고싶어
제발 나 좀 내버려 둬 나 좀 킹받게 하지마 나도 회사가기 싫어 너네들 마주치기 무서워
나 너네들 때문에 힘들어서 집에와서 혼자 술 먹고 밤새 운 적도 많아
나도 주말에 정신과 그만 다니고싶어 약 타먹기 싫어 나도 주말에 좀 쉬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