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특정 장소만 가면 갑자기 배변 신호가 온다는 경험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다이소만 가면 배가 아프다”는 반응이 이어지면서 공감 댓글이 수백 개 이상 달리는 등 이른바 ‘집단 경험’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단순한 개인 증상이 아니라 비슷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그 배경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현상은 과거부터 알려진 ‘도서관 또는 서점에만 가면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다’는 경험과 매우 유사하다.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이미 1980년대 일본에서 처음 공개되며 이름까지 붙은 바 있다.
1985년 일본에서 시작된 ‘아오키 마리코 현상’
이 현상의 대표적인 명칭은 ‘아오키 마리코 현상’이다. 1985년 일본 잡지 ‘책의 잡지’에 한 독자가 “서점에만 가면 대변 신호가 온다”는 글을 기고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해당 사연이 공개되자 같은 경험을 했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이어졌고, 잡지사는 이를 특집으로 다루며 현상이 널리 알려졌다.
이후 편집자가 해당 현상을 최초 제보자의 이름을 따 ‘아오키 마리코 현상’으로 명명하면서 하나의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후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며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점뿐 아니라 다이소, 대형마트 등으로 장소가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 물건이 빽빽하게 진열된 구조와 쇼핑 환경이 서점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다이소에서 유독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이 현상은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된 정설은 없다. 다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몇 가지 가설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첫 번째는 냄새 자극이다. 서점에서는 종이와 잉크 냄새가, 다이소에서는 플라스틱이나 고무, 방향제 등에서 나는 ‘새 제품 냄새’가 후각을 통해 신경계를 자극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자극이 장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설이다. 다만 특정 화학 성분이 실제로 배변 반사를 유도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된 연구 결과가 부족하다.
두 번째는 자세에 따른 신체 자극이다.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과정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굽히는 동작이 반복된다. 이때 복부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장이 자극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배변 자세와 유사한 형태가 장운동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은 일부 연구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세 번째는 심리적 요인이다. 수많은 상품 중에서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무의식적인 긴장 상태를 만든다. 동시에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을 보는 과정에서 기대감과 흥분이 함께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자율신경계 균형이 변하면서 장 운동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네 번째는 조건반사다. 한두 번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면 뇌가 특정 장소를 ‘배변과 연결된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후 해당 장소에 들어가는 순간 신체가 자동으로 반응하는 학습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방송에서도 언급된 '이 현상’, 일정 비율로 확인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개인 경험을 넘어 방송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2003년 11월 KBS2 ‘스펀지’에 출연한 정찬호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변의를 느끼는 사람이 약 13% 수준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는 자율신경계의 균형 변화가 지목된다. 도서관이나 서점은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환경은 몸을 이완시키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반면, 그 안에서 책을 고르고 비교하며 선택하는 과정은 다시 집중과 판단을 요구하면서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이완과 긴장이 짧은 시간 안에 반복되면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특히 평소 장이 예민한 사람의 경우 이러한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장 운동이 활발해지고, 그 결과 배변 신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현상은 특정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의 경험과 취향에 따라 만화방이나 비디오 대여점처럼 비슷한 환경 구조를 가진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사례, 특정 공간에서 반복되는 패턴
이 현상은 개인 경험 수준을 넘어 다양한 사례로 확인된다. 대형 서점에 들어가면 5~10분 내 신호가 온다는 반응, 특정 코너에서 유독 강하게 느낀다는 사례, 심지어 특정 매장 브랜드에서만 반복된다는 경험도 있다.
일부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빈도가 높다고 말한다. 매장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필요한 물건만 빠르게 구매한 뒤 나오는 행동 패턴이 반복되기도 한다. 특히 외출 중 갑작스럽게 신호가 오는 상황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반응이 확산됐고, 온라인에서는 관련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질병인가, 단순한 반응인가
이 현상은 특정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일부에서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연관 지어 설명하기도 하지만, 특정 장소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화기 질환과는 구분된다.
현재까지는 복합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냄새, 자세, 심리 상태, 조건반사 등이 결합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1985년 이후 40년 가까이 연구와 분석이 이어졌지만, 단일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 꾸준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다이소나 서점처럼 특정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신체 반응은 개인의 컨디션, 장 상태, 심리 상태에 따라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장소라도 어떤 날은 아무렇지 않고, 어떤 날은 강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 현상은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신체 반응의 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특정 장소에서 비슷한 경험이 반복된다면, 매장 방문 전 화장실 위치를 미리 확인하거나 체류 시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