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감싸안은 충청남도 천안의 한 사찰은 해마다 이맘때면 분홍빛 봄기운으로 물든다.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아 창건한 각원사는 역사가 아주 길지는 않지만 존재감이 뚜렷한 사찰이다. 사찰의 중심이자 상징인 청동좌불은 태조산 주봉을 등지고 앉아 서쪽을 바라보며 경내를 굽어본다. 높이 15m, 둘레 30m에 이르고 사용된 청동 무게만 60톤에 달하는 대형 불상으로, 압도적인 크기만으로도 시선을 끈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마주하면 웅장함보다 차분하고 인자한 인상이 먼저 다가온다. 귀 길이 175cm, 손톱 길이 30cm에 이르는 모습만 봐도 불상의 거대한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좌불 왼편으로 시선을 돌리면 국내에서도 큰 규모에 속하는 대웅보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면 7칸, 측면 4칸 규모의 대웅보전은 섬세한 단청과 정교한 목조 건축미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요사채를 비롯한 사찰 내 여러 건물도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돼 있어, 천천히 경내를 거닐며 건축의 아름다움을 살펴보기 좋다. 정갈하게 닦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소리와 목탁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고, 복잡한 마음도 한결 가라앉는다. 각원사의 매력은 큰 규모에만 있지 않다. 산세와 건축, 불상과 법당, 그리고 계절의 풍경이 어우러져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각원사가 봄철 나들이 장소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다채로운 벚꽃 풍경이다. 일반적인 벚꽃이 진 뒤 4월 중순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겹벚꽃은 이곳 봄 풍경의 중심을 이룬다. 여러 겹의 꽃잎이 풍성하게 겹쳐 피어나는 겹벚꽃은 일반 벚꽃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각원사에서는 겹벚꽃뿐 아니라 연한 분홍빛의 홀벚꽃, 가지를 아래로 늘어뜨린 능수벚꽃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봄꽃 명소로도 꼽힌다. 청동좌불 앞과 경내 곳곳에 피어난 벚꽃은 사찰의 묵직한 분위기에 부드러운 생기를 더한다. 꽃이 만개한 시기에는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풍경이 한층 화사해지고, 사진을 남기려는 방문객들의 발길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불상과 법당, 산세와 벚꽃이 한 화면에 어우러지는 풍경은 각원사의 봄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준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각원사 방문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방문객들은 거대한 불상 앞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분위기와 화사한 겹벚꽃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가족과 함께 천천히 산책하며 봄기운을 즐기기 좋았다는 반응도 많다. 특히 계단을 오르며 시야에 들어오는 대불의 모습과 그 뒤로 펼쳐지는 태조산의 푸른 산세가 어우러진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정한 종교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조용한 봄나들이 장소를 찾는 이들 사이에서 각원사가 꾸준히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원사를 둘러본 뒤에는 천안의 다른 명소를 함께 돌아보는 일정도 가능하다. 가까운 태조산 조각공원이나 인근 산책로를 함께 둘러보면 하루 코스를 좀 더 알차게 채울 수 있다. 산행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태조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를 이용해 천안 시내를 조망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자동차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는 독립기념관 역시 함께 들러볼 만한 곳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인 만큼,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봄나들이에 의미를 더해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천안을 찾았다면 지역 먹거리도 함께 즐겨볼 만하다. 대표적인 향토 음식으로는 병천면 순대거리가 꼽힌다. 병천순대는 일반적인 당면순대와 달리 채소와 선지가 들어가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낸다. 각원사와 인근 명소를 둘러본 뒤에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기 좋다. 후식으로는 천안의 상징인 호두과자도 빼놓을 수 없다. 갓 구운 호두과자는 고소한 호두와 달콤한 팥소가 어우러져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좀 더 산뜻한 한 끼를 원한다면 산채비빔밥이나 나물 요리를 내는 식당을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각원사와 주변 명소를 둘러본 뒤 천안의 맛까지 함께하면 여행의 만족도도 한층 높아진다.

각원사는 상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료가 없어 비교적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다만 이곳은 관광지에 앞서 수행과 예불이 이뤄지는 사찰인 만큼, 방문객도 정숙을 유지하며 관람 예절을 지키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