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전쟁에서 이겼다"고 했다. 같은 달 7일에도 이겼다고 했다. 같은 달 13일에도, 24일에도 이겼다고 했다. 그리고 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이렇게 썼다.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 이 미친X들아! 안 그러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다!"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선제 공습하며 시작된 전쟁에서 남긴 발언들은, 날짜순으로 늘어놓으면 일종의 임상 기록처럼 읽힌다. 승리 선언, 도움 구걸, 위협, 부인, 재위협, 다시 승리 선언. 이 패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겼다"는 말을 반복해야 하는 사람
전쟁이 시작된 지 사흘째인 지난달 3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전쟁에서 이겼다"고 선언했다. 공습 개시 72시간도 안 된 시점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같은 달 7일에 또 이겼다고 했다. 그러다 같은 달 9일에는 "많은 면에서 이미 이겼지만, 충분히 이기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엔 "첫 한 시간 만에 끝났다"고 했다가 불과 몇 분 뒤 "끝까지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같은 달 24일 그는 기자들 앞에서 다시 한번 "우리가 이 전쟁에서 이겼다. 이 전쟁은 이미 끝났다"고 했다.
정신분석학적으로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사람은 그 말을 스스로 믿지 못하는 사람이다. 진짜로 이긴 사람은 이겼다는 말을 한 번만 한다. 다섯 번씩 반복해야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언 강박(affirmation compulsion)'이라고 한다. 현실이 불확실할수록, 언어로 현실을 덮으려는 충동이 강해진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다"고 선언하는 동안 현장에서는 미군 전투기가 격추됐고, 미군들이 전사했으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역사상 가장 큰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라고 경고했고, 유가는 치솟았다.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유권자의 54%가 이번 군사행동에 반대했다.
"이란은 끝났다" 선언 하루 만에 "좋은 대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또 하나의 두드러진 패턴은 위협과 유화의 급격한 진자 운동이다.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48시간의 시간을 주겠다. 해협을 열어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리고 같은 날 "이란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불과 하루 뒤에 그는 트루스소셜에 대문자로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가 있었다며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5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이란이 그렇게 간절히 협상을 원한다"고 했다.
이란 측은 즉각 부인했다. 이란 의회 의장은 "어떠한 협상도 없었다"고 밝혔고, 외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금융·석유 시장을 조작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협상이 있었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내용과 성과를 이미 말하고 있었다.
이 패턴은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전능 환상(omnipotence fantasy)'과 맞닿아 있다. 현실을 통제하지 못할 때, 언어만이라도 통제하려는 심리다. 위협이 효과를 내지 못하면 곧바로 "좋은 대화"로 재프레이밍함으로써 자신이 항상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는 서사를 유지한다.
"도와달라"더니 "겁쟁이들" 동맹국 힐난
지난달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미국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불과 이틀 뒤에 그는 "사실, 우리는 전혀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같은 날 다시 "나토(NATO)가 돕지 않으면, 그들은 아주 끔찍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도움을 구했다가 도움이 필요 없다고 했다가 도움을 안 주면 큰코다칠 것이라는 삼중의 모순이 단 사흘 안에 이뤄졌다. 지난달 20일에는 결국 나토 동맹국들을 겨냥해 "겁쟁이들"이라고 힐난했다. 나토를 "종이 호랑이"라고 규정했고, 탈퇴를 강력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나토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 협의나 국제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전쟁에 뒤늦게 동참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고, 스페인은 자국 영공을 미군 전투기에 닫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이것은 배신이지만, 동맹국의 눈에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심리학적으로, 자신이 만든 문제의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이 메커니즘은 '투사(projection)'로 불린다. 전쟁의 수렁에 빠진 원인을 협력하지 않는 동맹국 탓으로 돌림으로써 자신의 판단 오류를 직면하지 않아도 되는 심리적 방어막을 치는 것이다.
이란전 목표는 대체... 목표가 계속 바뀌는 전쟁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전쟁의 양상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목표 자체가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CNN과 NBC 뉴스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목표는 개전 이후 지금까지 판본이 여러 번 바뀌었다. 지난 2월 28일에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역량에 대한 '완전 파괴'가 목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한 감소'로 표현이 순화됐다.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가, 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새 지도자 선정에 "관여하겠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했다가 "해협은 우리가 알 바 아니다"고 발을 빼기도 했다. 
타임지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 사정을 전하며 핵심 참모들조차 이란의 보복 강도에 놀랐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까지 공격 범위가 넓어지면서 내부에서도 "상황이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목표가 결과에 따라 소급적으로 재정의되는 이 현상은,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사후 확증 편향(hindsight bias)'의 변종이다. 더 정확히는 '목표 표류(goal displacement)'다. 원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달성한 것을 새로운 목표였다고 재정의함으로써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치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목록은 이 과정의 실시간 기록이기도 하다.
승리 선언하면서도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국민을 향해 연설했다. 그는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를 선언하면서도 전쟁이 언제 끝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PBS 뉴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협상 진행 주장도 빠뜨렸고, 나토 동맹국에 대한 비난도 이전보다 누그러뜨렸으나, 그렇다고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지난 4일에는 이란을 겨냥해 즉시 협조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고, 5일에는 욕설이 난무하는 게시물을 트루스소셜에 올리며 이란을 향해 다시 폭발했다. 미군 전투기 두 대가 격추되고 조종사 구조 작전이 벌어진 다음 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에 한 말이 있다. "나는 전쟁을 내가 원하는 언제든지 끝낼 수 있다." 그 말을 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겼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정신의학자·심리학자들은 이미 경고했다
이 모든 패턴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7년 미국의 정신의학자·심리학자 27명이 집필한 논문집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밴디 리 엮음)는 트럼프 대통령 1기 취임 초반부터 이미 이 위험을 체계적으로 기록했다. 책이 핵심적으로 지적한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는 '악성 자기애(malignant narcissism)'다. 책의 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은 현실이 불리해질수록 외부에 적을 만들고 자신의 서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반응한다고 경고했다.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실패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며, 승리를 과장해 반복 선언하는 것은 자기애적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방어 기제라는 것이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은 군사적 성과 과시와 함께 전임 행정부가 망쳐놓은 것을 자신이 바로잡았다는 자평으로 일관됐다.
둘째는 현실과 언어의 분리다. 저자들은 수백 시간에 달하는 동영상과 수만 건의 트윗을 분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스스로도 믿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실의 피드백을 차단하고,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언어로 구성하는 것 자체가 이 인물의 작동 방식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이런 심리 구조를 가진 사람이 최고 권력의 자리에 앉았을 때 발생하는 공적 위험이다. 책의 저자들은 이 문제가 한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현실이 충동적 판단 하나에 종속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의 문제라고 봤다. 전쟁 목표가 수시로 바뀌고, 동맹이 하루아침에 ‘겁쟁이’가 되고, 욕설 게시물이 외교를 대신하는 지금의 현실은 당시 경고가 추상적인 우려가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