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광객들의 이목이 쏠린 여행지가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공동묘지 위에 지어진 가옥이 밀집해 있던 이 마을은 어디일까?

한때 부산의 낙후 지역으로 꼽히던 부산 아미동 비석마을이다. 이곳은 과거 일제강점기 부산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의 공동묘지와 화장장이 있던 곳으로,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최근 아미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부산시가 원인 분석에 착수했다. 지난 5일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부산 서구 아미동 외국인 관광객은 707.4% 늘었다. 전년 같은 기간 아미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만 8590명이었다. 1년 사이 외국인 관광객인 15만117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해당 기간 전국 최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이다. 2위는 부산 부산진구 가야2동(647%), 3위는 부산 영도구 봉래2동(637.9%)으로 조사됐다. 부산시는 이를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시는 일단 ‘UN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의 부산 개최 결정이 계기인 것으로 본다. 또 아미동이란 이름은 ‘누에 눈썹같이 아름다운 동네’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우연히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덤명인 ‘ARMY(아미)’와 이름이 같다는 점이 관광객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부산 아미동의 역사: 무덤 위에 세워진 마을

아미동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일본인 묘지의 상석과 비석을 가져다 집의 주춧돌이나 계단, 담장으로 사용하며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마을 곳곳을 살펴보면 집 벽면이나 계단 아래에 일본인 묘지의 비석이 박혀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아미동은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그 사이를 잇는 미로 같은 골목길이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2022년에는 희소성과 역사성을 인정받아 부산시 제1호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다.
아미동의 숨겨진 명소

아미동은 비석문화마을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불린다. 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고, 비석이 박힌 집들을 찾아볼 수 있는 지도가 안내돼 있다. 인근 감천문화마을보다 상업적인 분위기가 덜한 편이라 고즈넉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또 아미문화학습관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대한민국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최민식 작가의 유품과 작품이 전시된 곳이다. 부산의 서민적인 풍경과 인간의 존엄성을 담은 사진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3층 전망대에서는 부산항과 남항대교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아미문화학습관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이 밖에 피란민들이 거주하던 집들을 리모델링하여 당시의 생활상을 재현한 피란생활 박물관과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기찻집 예술체험장, 아미동 상부에 위치한 천마산 하늘전망대 등이 있다.
봄철 아미동 풍경은?

아미동은 화려한 벚꽃 명소는 아니지만, 산복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산 원도심 특유의 서정적인 봄 풍경이 매력적인 곳이다. 아미동 비석마을에서 초장동으로 이어지는 산복도로 구간은 봄이 되면 벚꽃 터널을 형성한다. 길 아래로 다닥다닥 붙은 알록달록한 집들이 보이고, 위로는 연분홍 벚꽃이 만개한다. 특히 산복도로 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면 벚꽃 가지가 손에 닿을 듯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아미동 비석마을 입구 인근에 위치한 성암사도 봄철 명소로 꼽힌다. 목련 성지로도 알려진 이곳은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커다란 목련 나무, 그리고 벚꽃이 어우러져 차분하게 봄을 즐기기 좋다. 아울러 비석 마을 윗길인 천마산 하늘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벚꽃과 진달래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