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출퇴근 시간대 노인들의 대중교통 무임승차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최근 관련 논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온 대한노인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로, 어르신 세대의 복지 혜택을 줄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4일 대한노인회에 따르면, 노인회 관계자들은 전날 오후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비롯해 정부 측 주요 실무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인회 측은 출퇴근 혼잡 시간대에 노인 무임승차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어르신들의 이른 아침 대중교통 이용이 주로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에 집중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노인회는 "이 시간대 이동은 대부분 건물 청소나 경비 등 새벽 근무를 위한 생계형 경제 활동과 직접 연결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임승차를 제한하는 것은 성실하게 일하는 어르신들의 발을 묶는 적절하지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중교통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노인의 이동을 강제로 막을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유연근무제나 시차 출퇴근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노인회는 혼잡 시간대 이용을 이유로 무임승차를 규제할 경우, 사회적으로 노인들이 혼잡을 가중하는 비생산적인 존재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이러한 정서적 자극은 세대 간의 갈등만 깊게 만들 뿐 우리 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 측을 대표해 참석한 홍익표 수석은 "어르신 세대의 복지를 축소하는 정책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떠한 불이익도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확답했다. 홍 수석은 대중교통 혼잡 완화 대책에 대해 "시차 출퇴근제와 재택근무 활성화 등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해 나간 뒤 민간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다시 한번 노인 무임승차 제한 계획이 없음을 못 박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교통 문제 외에도 최근의 자원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절약 방안이 함께 논의됐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은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정부가 발표한 국민 행동 요령을 실천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17개 시도 연합회와 245개 시군구 지회를 동원해 어르신들이 앞장서서 전 국민 실천 운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홍 수석은 국가 위기 때마다 중심을 잡아준 어르신 세대에 감사를 표하며, 중동 사태로 촉발된 고유가와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고 어르신들의 안정적인 일상 유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 온라인 누리꾼 반응, "적자 대책 시급" vs "보편적 복지 유지" 팽팽
정부의 이번 결정이 알려지자 온라인 공간에서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게 엇갈리고 있다. 대중교통 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실용적인 목소리와 노인 복지를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적인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먼저 무임승차 유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누리꾼들은 지하철 공사의 막대한 적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하철 적자가 수조 원에 달하는데, 그 부담을 결국 지금 일하고 있는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올라왔다. 또 다른 누리꾼은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일부 요금을 내게 하거나, 이용을 자제하게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가장 바쁜 시간에 쏟아지는 인파 속에서 어르신들도 위험할 수 있는데 왜 무조건 유지방침만 고수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의 결정을 지지하며 노인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많다. 한 누리꾼은 SNS를 통해 "새벽마다 지하철을 타고 일터로 나가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분들에게 차비 몇천 원은 생존의 문제다"라며 "노인들을 혼잡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는 사회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무임승차 덕분에 어르신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밖으로 나와 활동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우울증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나라의 의료비 지출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조언하는 목소리도 눈에 띈다. 한 누리꾼은 "적자 문제는 정부가 보조금을 확대하거나 경영을 효율화해서 해결할 일이지, 복지 혜택을 줬다 뺏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반대로 "고령화가 너무 빨라지고 있으니 무임승차 연령을 서서히 높이는 등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세대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제안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단순한 교통 지원을 넘어 노인 빈곤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지하철 운영 기관의 재정난이 한계치에 다다른 만큼, 정부가 내놓은 시차 출퇴근제 확대 등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청와대가 당장 제한은 없다고 발표하며 논란을 잠재우려 했지만, 적자 해소와 복지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