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휴진 때문에 수술 미뤄져 사망한 아버지...'병원 책임' 인정

2026-04-05 15:17

6시간 방치된 암 환자, 법원이 인정한 병원의 과실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수술이 미뤄진 환자가 결국 숨진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면서, 파업 상황에서도 환자 보호 의무가 유지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인력 부족을 이유로 수술을 연기했더라도, 환자 상태 악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은 책임이 병원 측에 있다는 판단이다.

사건은 지난 4일 MBC 단독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유튜브 'MBC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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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당시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가면서 전국 주요 병원에서 진료 차질이 빚어졌다. 강원대학교병원에서 담낭암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70대 남성 정 모 씨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 정 씨는 수술 당일 새벽, 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이 연기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해 수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수술 일정은 사흘 뒤로 미뤄졌다.

문제는 그 이후 상황에서 발생했다. 수술이 연기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정 씨는 심한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료진의 대응은 즉각적이지 않았다. 유족 측 주장에 따르면, 정 씨는 고통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담당 의사는 오랜 시간 병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로 의료진이 환자를 확인한 것은 6시간 이상이 지난 뒤였다.

유튜브 'MBC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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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병실을 찾은 의료진은 당시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별다른 긴급 조치 없이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다음 날 새벽, 정 씨는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다가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약 8개월 동안 치료를 받다가 끝내 숨졌다.

유족들은 병원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수술이 연기된 것 자체보다도, 이후 환자의 상태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쟁점으로 제기했다. 특히 당시 병원이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반면 병원 측은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수술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고, 당시 환자의 생체 지표도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진 부족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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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병원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 변화를 충분히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고,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봤다. 또한 해당 병원에서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의료기관이 갖는 기본적인 진료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담당 의사의 근무 태도와 관련된 문제도 드러났다. 파업 기간 중 근무해야 할 의료진이 실제로는 자리를 비웠음에도 병원 측이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유족 측은 담당 의사가 병원에 있었다고 들었지만, 이후 확인 결과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개인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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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 병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약 92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해당 의사는 업무상 과실로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판결은 의료 공백 상황에서도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 조치와 대응 의무가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히 인력 부족이나 외부 요인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으며,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의료기관의 필수적인 역할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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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