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매캐했던 그곳, 1500개의 거친 숨소리가 ‘오월’을 깨우다

2026-04-05 14:36

전남대 ‘518캠퍼스 마라톤’... 박제된 추모 넘어 역동적 체험의 장으로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1980년 5월, 군홧발과 최루탄이 휩쓸고 간 민주주의의 성지에 이제는 희망을 향해 달리는 시민들의 경쾌한 발걸음이 내려앉았다. 엄숙한 묵념으로만 기억되던 오월 광주가 온몸으로 땀 흘리며 연대하는 살아있는 축제로 다시 태어났다.


5일 오전 K-민주주의의 발원지인 전남대학교에서 ‘518캠퍼스 마라톤’이 펼쳐졌다. 김민석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이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5일 오전 K-민주주의의 발원지인 전남대학교에서 ‘518캠퍼스 마라톤’이 펼쳐졌다. 김민석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이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5일 광주 전남대학교 교정은 개교 이래 최초로 기획된 ‘518캠퍼스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든 1,500여 명의 인파로 거대한 물결을 이뤘다.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싹틔운 역사적 공간을 직접 두 발로 누비며 과거의 아픔을 미래의 에너지로 승화했다.

◆ 박동하는 심장으로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


단순히 달리는 행사가 아니었다. 출발 총성이 울리기 전, 전남대 음악교육학과 중창단의 목소리를 타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교정에 울려 퍼지자 현장은 순식간에 뭉클한 감동으로 물들었다.

학생과 동문, 일반 시민이 한데 어우러진 러너들은 앞다투어 경쟁하기보다 역사의 숨결을 느끼는 데 집중했다. 코스 연도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응원의 박수를 보냈고, 일부 참가자들은 뜻깊은 사적지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공간이 품은 의미를 눈에 담기도 했다.


5일 전남대학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내에서 ‘518캠퍼스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려가고있다.
5일 전남대학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내에서 ‘518캠퍼스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려가고있다.


◆ 두 발로 잇는 사적지… 5·18km와 10km의 위대한 여정

마라톤 코스 자체도 거대한 역사의 궤적이었다. 코스는 민주주의의 상징성을 담아 5·18km와 10km 두 가지로 설계됐다. 5·18km 코스는 전남대가 5·18 40주년을 기리며 학내에 조성한 ‘민주길(박관현 언덕윤상원 숲김남주 뜰)’을 순환하며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도록 구성됐다.

더 나아가 10km 코스는 5·18 제1호 사적지인 전남대 정문에서 시작해 제2호 사적지인 광주역까지 이어지며, 44년 전 그날 광주 시민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나아갔던 발자취를 그대로 재현해 냈다.


5일 전남대학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내에서 ‘518캠퍼스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려가고있다.
5일 전남대학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내에서 ‘518캠퍼스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려가고있다.


◆ 총리도 함께 달렸다… "메가시티로 부활할 뉴호남의 저력"

이날 행사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등 정관계 인사들도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일반 참가자들과 땀을 흘렸다. 대열에 합류해 달린 김 총리는 광주·전남의 통합과 새로운 도약을 강력히 시사했다.

김 총리는 “이곳 전남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마라톤이 처음 시작된 출발점”이라고 규정하며, “이제는 새로운 호남,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또 다른 마라톤이 막을 올렸다. 전남과 광주가 하나로 통합되는 순간, 호남은 천지개벽 수준의 부활을 맞이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선두 주자로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5일 전남대학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내에서 ‘518캠퍼스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려가고있다.
5일 전남대학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내에서 ‘518캠퍼스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려가고있다.


◆ 'K-민주주의'의 세계화, 글로벌 콘텐츠로 거듭나다

이번 마라톤은 과거의 사건을 추억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한국의 민주주의 자산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글로컬대학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행사의 모든 순간과 참가자들의 호흡은 영상으로 꼼꼼히 기록되었으며, 이는 향후 K-민주주의를 연구하고 세계에 알리는 귀중한 아카이빙 자료로 활용된다.

대회를 총괄한 이근배 전남대 총장은 “오늘 우리가 함께 달린 이 길은 K-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뼈대”라며 “머리로만 기억하는 역사가 아니라 시민들이 온몸으로 부딪히며 그 가치를 확산하는 살아있는 실천의 장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