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처치 곤란인데…한국인들은 없어서 못 먹는다는 '의외의 식재료'

2026-04-05 15:02

없어서 못 먹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알고 보니 지구 반대편 '골칫덩이'

최근 유럽과 아프리카 바다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꽃게 때문에 난리가 났다. 너무 많이 잡혀서 처치가 곤란한 지경에 이르자 현지 어부들은 당황했고, 정부까지 나서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그런데 이 골칫덩이 생물이 최근 한국으로 대량 수출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버려지는 생물이 한국에서는 없어서 못 먹는 귀한 대접을 받는 상황이다. 바다 건너 한국까지 오게 된 푸른 꽃게의 사연과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1. 이탈리아 조개 양식장을 초토화한 ‘푸른 꽃게’의 습격

유럽의 이탈리아는 한국, 중국과 더불어 조개를 아주 많이 기르고 먹는 나라다. 우리가 파스타를 먹을 때 흔히 보는 바지락이나 모시조개 등을 대규모로 양식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푸른 꽃게'가 이 양식장을 망쳐놓기 시작했다.

이 꽃게의 원래 고향은 미국과 캐나다 동쪽 해안이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이 녀석들이 지중해로 넘어와 자리를 잡았다. 지중해의 따뜻한 수온은 꽃게가 번식하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었고, 천적도 없는 상태에서 개체수가 무섭게 불어났다.

문제는 이 꽃게들의 식성이다. 이들은 이탈리아 어민들이 정성껏 키운 조개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양식장이 텅 빌 정도로 피해가 커지자 이탈리아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꽃게 퇴치에 나섰다. 잡아온 꽃게를 폐기하는 데만 수십억 원의 예산을 쓸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이때 한국의 수입업자들이 손을 내밀었다. 한국에서는 꽃게가 귀한 식재료이니 헐값에 폐기할 바에 우리에게 팔라는 제안이었다.

2. 한국에 들어온 이탈리아 꽃게, 과연 싼 가격일까?

이탈리아 푸른 꽃게는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처음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이제 꽃게를 아주 싼 가격에 배 터지게 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가격은 생각만큼 파격적이지는 않았다.

이유는 운송 방식과 품질에 있다. 이탈리아 꽃게는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라 모두 냉동 상태로 들어온다. 멀리 유럽에서 배를 타고 오다 보니 운송비가 만만치 않게 든다. 현재 온라인에서 팔리는 가격을 보면 1kg당 약 1만 원 초반대다. 우리나라 국산 냉동 꽃게가 보통 1만 4천 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국산보다 조금 저렴한 수준이지 반값 수준은 아니다.

간장게장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
간장게장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

또한 이탈리아 꽃게는 우리나라 꽃게보다 껍데기가 훨씬 딱딱하다. 그래서 이로 깨물어 먹기에는 조금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속살은 꽉 차 있고 단맛이 강해 간장게장을 담그기에는 오히려 좋다는 평도 있다. 딱딱한 껍데기가 양념에 오래 절여져도 살이 쉽게 무르지 않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3. 지중해의 또 다른 골칫거리, 튀니지산 ‘청색 꽃게’

이탈리아만 꽃게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여기서는 ‘청색 꽃게’ 혹은 ‘타이완 꽃게’라고 불리는 종이 문제다. 이 녀석들은 원래 아열대 바다에 살던 종인데, 운하를 타고 지중해로 유입되어 엄청나게 번식했다.

튀니지 어부들은 원래 오징어나 정어리를 잡아 생계를 꾸렸는데, 그물에 물고기 대신 시퍼런 꽃게만 가득 걸려 올라오니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이 꽃게들이 그물에 걸린 비싼 물고기들을 다 뜯어먹고 그물까지 찢어놓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이 꽃게를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땅에 파묻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국이라는 확실한 소비처를 찾았다. 우리가 흔히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오는 양념게장이나 간장게장 중 상당수가 바로 이 튀니지나 바레인에서 온 청색 꽃게다. 우리나라 꽃게와 생김새가 비슷하고 맛도 나쁘지 않아 이미 몇 년 전부터 우리 식탁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4. 수입 꽃게,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꽃게탕 자료사진 / davidwkchen-shutterstock.com
꽃게탕 자료사진 / davidwkchen-shutterstock.com
그렇다면 우리는 국산 꽃게와 수입 꽃게를 어떻게 구분하고 먹어야 할까? 우선 이탈리아에서 온 푸른 꽃게는 몸통 옆면이 아주 뾰족하고 날카롭다. 색깔도 전체적으로 어두운 녹색이나 푸른빛을 띠어 국산과는 확연히 다르다. 껍데기가 단단하므로 탕으로 끓여 먹거나 간장게장을 담가 오랫동안 두고 먹기에 알맞다.

반면 튀니지나 동남아시아에서 오는 청색 꽃게는 다리에 푸른 무늬가 선명하고 껍데기가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우리가 식당에서 조각내어 무친 양념게장으로 자주 접하는 종이 바로 이것이다. 국산 꽃게의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게 요리를 즐기고 싶을 때 아주 좋은 대안이 된다.

5. 기후 변화가 바꾼 세계 수산물 지도

외국에서 버려지던 꽃게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된 배경에는 지구 온난화라는 슬픈 현실이 숨어 있다. 바다 온도가 변하면서 물고기들의 집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나라는 피해를 보고 어떤 나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얻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 어민들은 한때 꽃게를 '바다의 침입자'라고 부르며 미워했지만, 이제는 한국 덕분에 새로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들 역시 비싼 국산 꽃게 대신 합리적인 가격에 게 요리를 즐길 기회를 얻었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먹는 고등어나 오징어도 이제는 먼 나라에서 온 것들이 많아졌다. 원산지는 다르지만, 멀리서 온 손님인 푸른 꽃게를 우리만의 요리법으로 맛있게 조리해 먹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다만 수입 수산물을 고를 때는 포장지에 적힌 원산지와 유통기한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잊지 말아야 한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