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텔방에서 여친은 옆에서 잠들고 저는 맥주를 마시고 있어요." 한 남성의 푸념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50세 여친 임신'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4일 새벽 인터넷 커뮤니티 SLR클럽에 올라왔다. 1981년생 남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는 1977년생인 여자친구가 임신을 원한다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글쓴이는 제목에서 여자친구 나이가 50세라고 했지만 만으론 48세나 49세다.
글쓴이는 "둘 다 과거 이력 없고 선남선녀가 만나서 연애를 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잠자리를 하던 중 2세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저는 능력이 없어서 2세를 원하지 않는데 여친은 노산이고 뭐고 일단 시도를 해보고 안 되면 말자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자신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다고 했다면서 "일단 낳고 그다음엔 자기가 알아서 키운다더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면서도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다. "저도 제 자식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저는 능력이 없다. 제 자식에게 고생시키기 싫다"라며 "그냥 푸념 한 번 해봤다"고 마무리했다.
댓글란은 즉각 반응으로 가득 찼다. 의견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한쪽에서는 현실적인 우려를 쏟아냈다. 한 회원은 "50세에 초산이면 임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임신해서 정상 출산 가능성이 1%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고, 다른 회원은 "임신이 되더라도 기형아나 문제가 있는 아이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여친분에게 병원에 한 번 가보라고 해보라"고 조언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부모 나이가 예순을 바라본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아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60대 중후반이 되는데, 늦게 얻은 귀한 자녀가 어린 시절을 부모 병수발에 써야 할 수도 있다"는 댓글에 공감이 모였다.
반면 응원의 댓글도 상당수였다. "아이는 가족의 축복"이라거나 "생기면 운명이라고 생각하라"는 격려가 이어졌다.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한 회원은 "친구 부부가 둘 다 80년생 동갑인데 최근 딸을 출산했다"고 전했고, 또 다른 회원은 "아내 44세, 내가 45세에 첫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없는 삶과 있는 삶은 다른 삶"이라며 병원 상담을 권했다. 
1977년생 동갑 부부라고 밝힌 한 회원은 "우리 아버지가 나를 50세에 낳으셨다. 없는 집안에서 잘 키워주셨다"며 "우리 부부도 쥐뿔도 없지만 자녀가 3명"이라고 했다. 그는 "첫째 둘째는 싸구려 수학·영어 학원만 보내고 막둥이는 미술학원과 학습지만 한다. 가진 건 없지만 애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한다"며 "돈 들어갈 것부터 생각하는 게 문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우리 방식대로 키우면 된다. 아이 태어날 때 얼마나 기쁜지 그 기분을 느껴보라"고 힘을 실었다.
글쓴이는 댓글마다 일일이 답하며 "형님들 의견 감사합니다"를 반복했다. "일단 일을 저질러 보고 생각할까 싶기도 하지만 여러 형님의 조언처럼 무섭기도 하다"고도 했다.
한 회원이 "응원을 바라며 쓴 글인지, 도망치기 위한 당위성을 찾으려는 글인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자 글쓴이는 "너무 정확히 제 마음을 간파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81년생 친구야, 아직 늦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런 고행길이라도 굳이 가려는 게 인간의 본성", "어떤 선택이 되든 잘 헤쳐나가길" 댓글이 남성의 고민을 다독였다.
의학적으로 50세 전후의 임신은 '초고령 임신'으로 분류된다. 여성의 가임력은 30대 중반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45세 이후에는 자연 임신 성공률이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난소 기능이 저하되면서 배란 자체가 불규칙해지고 난자의 질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폐경은 통상 45~55세 사이에 찾아오며, 폐경 전이라도 임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임신에 성공하더라도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전치태반 등의 합병증 발생률이 젊은 산모에 비해 높고, 태아 염색체 이상 확률도 올라간다. 다운증후군을 유발하는 21번 염색체 이상의 경우 20대 산모에서는 출생아 1500명당 1명꼴이지만, 45세 이상에서는 30명당 1명 수준으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때문에 전문의들은 고령 임신 시 태아 DNA 검사 등 정밀 산전 검사를 반드시 받도록 권고한다. 한 커뮤니티 회원이 댓글에서 인공지능 서비스의 답변을 인용해 "전문 병원 방문과 난소 기능 검사(AMH), 자궁 환경 검사 등 사전 상담이 필수"라고 안내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처럼 현실의 벽이 높지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국내외에서 50대 초반의 자연 임신 및 시험관 시술 성공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