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횟감으로 꼽히며 마리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기도 하는 참다랑어가 최근 우리 연안에서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주로 태평양 먼바다에서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참다랑어의 서식지가 한반도 인근까지 확장된 결과다. 하지만 국제 협약에 따른 어획량 제한 규제 때문에 애써 잡은 참치를 무더기로 버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고성 연안서 '새끼 참치' 발견… 동해안, 산란처로 변했나
참다랑어가 우리 바다의 주인이 되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일 강원 고성군 연안에서 참다랑어 자어(갓 부화한 새끼)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스스로 먼 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운 자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동해안이 단순한 이동 경로를 넘어 실제 산란이 이루어지는 서식처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형 개체의 출현도 잦아졌다. 지난해 2월 경북 영덕군에서는 무게 314kg에 달하는 초대형 참다랑어가 잡혀 위판장에서 1,05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과거 동해에서 잡히던 참다랑어가 대부분 10kg 안팎의 소형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변화다. 연안에서 대형 참다랑어가 포획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환경이 아열대성 어종에 적합하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 56년간 수온 1.44도 상승… 전 세계 평균의 두 배
참다랑어가 우리 연안으로 몰려온 근본적인 원인은 뜨거워진 바다에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 결과, 1968년부터 2023년까지 56년간 우리나라 연근해 표층 수온은 1.44도 상승했다. 이는 전 지구 평균 상승치인 0.7도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특히 동해의 수온 상승 폭은 1.9도로 서해나 남해보다 훨씬 가파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아열대성 어종인 참다랑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북쪽으로 넓어진 것이다.
◇ "한도 넘으면 폐기"… 어획 쿼터에 묶인 어민들
참다랑어가 많이 잡힌다고 해서 어민들이 마냥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수산기구의 관리 대상인 참다랑어는 국가별로 연간 어획 한도가 엄격히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2026년 기준 우리나라의 참다랑어 어획 한도는 1,219톤이다. 이전보다 63%가량 늘어난 수치지만, 대형 선망 어업에 물량의 절반가량이 배정되어 있어 연안 어민들이 체감하는 여유는 크지 않다.

지자체별로 할당된 쿼터를 초과하면 잡은 고기를 팔 수 없다. 지난해 여름 경북 동해안에서는 참다랑어가 대량으로 잡혔으나 한도 초과로 인해 대부분 사료용으로 처리되거나 버려졌다. 영덕군의 경우 연간 한도가 36톤 수준이었는데, 단 하루 만에 150톤이 잡히는 바람에 처리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썩어가는 참치 떼와 생태계의 습격
한도를 초과해 포획된 참다랑어는 거래가 불가능해 어민들에게 오히려 짐이 된다. 그물에 걸린 참다랑어는 대부분 죽은 상태로 올라오기 때문에 방생이 어렵고, 운송이나 폐기에 드는 비용은 고스란히 어민의 몫이다. 지난 2022년에는 버려진 참다랑어 수천 마리가 해안가로 떠밀려와 악취를 풍기며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기후 변화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어획 한도 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생태계의 변화는 기존 어종의 실종으로도 이어진다. 참다랑어 같은 아열대 어종이 늘어나는 사이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한류성 어종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국민 생선이었던 명태는 사실상 사라졌고, 오징어 어획량 역시 2014년 16만 톤에서 2022년 3.6만 톤으로 급감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24년 12월, 업종 변경 지원과 생산 시스템의 유연화 등을 골자로 한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내놓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따른 어업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수산업의 체질을 개선해 나가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