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축구계가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사상 초유의 비극 앞에 수뇌부 동시 사퇴라는 결단을 내렸다.

3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축구협회(FIGC)는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회장이 로마 협회 본부에서 열린 긴급회의 직후 사임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라비나 회장은 2018년 10월 취임해 유로 2020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 복귀라는 지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약 8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탈리아는 지난 1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상대했다. 상대적으로 약팀과의 경기였지만 결국 승부차기 끝에 1-4로 패하며 본선행 티켓을 놓쳤다.
이탈리아 아주리 군단은 월드컵 통산 4회 우승에 빛난다. 이 정도의 강팀이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에 이어 2026년 대회까지 3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된 것은 축구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다. 우승 경험이 있는 국가 중 3개 대회 연속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신 국가는 이탈리아가 유일하다.
행정 수장의 사퇴와 더불어 선수 시절 이탈리아의 상징이었던 잔루이지 부폰 국가대표팀 단장도 물러난다. 2006 독일 월드컵 우승 주역인 부폰은 2023년 단장직을 맡아 대표팀 재건에 힘을 보태왔다.
그러나 잇따른 감독 교체와 조직력 약화 속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부폰 단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탈리아를 월드컵에 돌려놓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라며, “그라비나 회장의 결정에 뜻을 같이하며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라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라비나 회장이 물러나기로 결정한 가운데 나 역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라며, “대표팀의 가장 큰 목표였던 월드컵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비록 아쉬운 결말이지만 소중한 경험이 준 특권과 가르침에 감사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젠나로 가투소 현 감독의 거취 또한 안갯속에 빠졌다. 과거 가투소 감독은 "월드컵 진출을 해내지 못하면 이민을 가겠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월드컵 예선 탈락 직후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은 내 미래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지켜보겠다”라며 말을 아낀 바 있다.
하지만 그를 신임했던 회장과 단장이 모두 떠나면서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오는 6월 22일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현재 지오바니 말라고 전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몰락한 축구 명가를 다시 세워야 할 차기 수뇌부는 기술적 결함과 심리적 위축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은 유로 우승국에서 예선 탈락국으로 전락한 이탈리아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