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로 장기간 투병 중인 40대 남성이 가족과의 단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법적 권리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드러나는 사례로, 양육과 면접교섭 문제에 대한 제도적 한계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7년째 병상에 누워 생활하고 있는 남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10년 전 소개팅으로 만난 배우자와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었으며,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져 왔다. 사고 이전까지는 특별한 갈등 없이 가정을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혼 3년 만에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A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여러 차례 수술 이후에도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장기적인 입원 치료와 재활 과정이 이어졌으며, 일상생활 대부분을 타인의 도움에 의존해야 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A씨는 사고 직후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 불면 증상과 불안감을 겪었고, 지인의 방문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심리적 위축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가족의 지지가 이어졌다. 배우자는 회복 가능성을 언급하며 A씨를 격려했고, 어린 자녀들 역시 병상을 찾으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A씨는 이러한 지지를 바탕으로 재활 치료에 집중했으며,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회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치료를 지속했다. 그러나 전신마비 환자의 경우 기능 회복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거나 회복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누적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의 방문과 연락은 점차 줄어들었다. A씨는 부모의 도움으로 간병 생활을 이어가는 한편, 일부 생활비를 배우자에게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에 대한 연락이나 교류는 거의 없었으며, 자녀들과의 만남 역시 5년 이상 이어지지 않은 상태다. 장기간의 분리 상황은 가족 간 정서적 거리 확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성장기 자녀의 경우 양육 환경 변화에 따라 관계 인식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배우자는 A씨에게 연락해 자녀들과 함께 해외로 이주할 계획을 밝히며 추가적인 생활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씨는 경제적 부담보다 자녀들과의 관계 단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토로했다. 자녀들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배우자는 자녀들이 만남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법률 전문가인 손수호는 “이혼을 통해 면접교섭권을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자녀가 이를 거부할 경우 강제 집행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면접교섭권은 비양육 부모가 자녀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권리로, 민법상 보호되는 권리이지만 자녀의 복리를 우선 고려하는 원칙에 따라 제한적으로 운영된다.
현행 법원 실무에서는 자녀의 연령과 의사, 심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면접교섭의 방식과 범위를 결정한다. 자녀가 일정 연령 이상일 경우 본인의 의사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반영되며, 명확한 거부 의사가 확인될 경우 강제적인 만남을 명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장기간 별거 상태가 지속된 경우에는 관계 회복을 위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는 사례도 있다.
한편, 양육비와 관련해서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자녀의 필요를 기준으로 분담 의무가 발생한다. 비양육 부모가 일정 부분 생활비를 부담하는 것은 법적 책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별도의 합의나 판결에 따라 금액과 방식이 정해질 수 있다. 다만 면접교섭권과 양육비 지급은 법적으로 별개의 권리와 의무로 구분되기 때문에, 한쪽의 이행 여부가 다른 권리의 제한 사유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사례에서 법적 절차 외에도 가족 상담이나 조정 제도를 통한 접근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가정법원은 조정 절차를 통해 당사자 간 합의를 유도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상담 기관과 연계해 관계 회복을 지원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절차 역시 당사자의 참여 의지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실질적인 해결까지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전신마비와 같은 중증 질환 이후 가족 관계가 변화하는 사례는 의료·복지·법률 영역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로, 개별 사안에 따라 다양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장기 간병 상황에서는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정서적 피로도 누적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