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0년의 무게와 3년의 열기, 영덕대게축제에 묻는다

2026-04-03 14:57

영덕대게축제가 ‘대한민국 대표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영향력 회복 방안

박병준 기자 / 위키트리 대구경북취재본부
박병준 기자 / 위키트리 대구경북취재본부

[영덕=위키트리]박병준 기자=한겨울 산골 영양군에 10만 명이 몰렸다.

인구 1만 6천 명 남짓한 지역에 인구의 6배가 넘는 사람들이 찾아들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성공 사례’를 넘어 하나의 현상이다.

반면,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제29회 영덕대게축제는 8만여 명의 관광객을 기록하며 ‘성황’이라는 표현을 붙였지만, 숫자만 놓고 보면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다.

두 축제의 격차는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며 기획의 온도, 절박함의 밀도, 그리고 시대 감각의 차이를 드러내는 지표다.

영덕대게축제는 오랜 시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아왔다.

‘대게’라는 강력한 지역 브랜드를 중심으로 지역 경제와 관광을 견인해온 것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바로 그 ‘전통’이 지금은 역설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축제가 익숙해지는 순간, 관성은 창의를 잠식한다.

매년 반복되는 구성, 예측 가능한 프로그램, ‘이미 알고 있는 축제’라는 인식은 방문 동기를 약화시킨다.

반면 3년 차 축제는 아직 브랜드는 약하지만, 대신 절박함이 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긴장감, 반드시 주목받아야 한다는 목표가 축제 전반을 관통한다.

콘텐츠 하나하나에 실험과 도전이 스며 있고, 방문객에게 ‘처음 경험하는 무엇’을 제공하려는 의지가 선명하다.

오늘날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의 나열이 아니라 ‘경험의 설계’라는 점에서, 이 차이는 치명적이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부분은 ‘타깃 설정’이다.

영덕대게축제는 여전히 전 연령층을 포괄하려는 전통적 접근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지금의 관광객은 더 세분화되어 있다.

MZ세대는 ‘인증 가능한 장면’을 찾고, 가족 단위 방문객은 ‘체류형 경험’을 원한다.

반면 신생 축제들은 특정 타깃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들의 취향을 정밀하게 공략한다.

결과적으로 방문객의 ‘밀도’와 ‘몰입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홍보 전략 역시 재점검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지자체 보도자료와 언론 노출이 주요 채널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축제의 성패는 SNS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공유되고, 얼마나 회자되는가가 곧 방문객 수로 이어진다.

‘알려졌다’는 것과 ‘가고 싶다’는 감정을 유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영덕대게축제가 후자에 얼마나 집중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왜 이 축제에 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대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소재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먹거리 중심의 축제는 이미 전국적으로 포화 상태다.

방문객은 이제 ‘대게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덕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위해 움직인다.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축제는 점점 ‘지역 행사’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30년의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그 무게는 자산이 될 수도,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부심이 아니라 냉정한 자기 진단이다.

왜 3년 차 축제가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았는지, 그들의 전략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과감히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축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영덕대게축제가 다시 ‘대한민국 대표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의 불편한 비교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숫자는 결과일 뿐이다.

그 이면에 있는 구조와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내년의 숫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home 박병준 기자 anchor11@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