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교도소 안에서도 국내 마약 유통망을 움직인 이른바 ‘마약왕’ 박왕열이 검찰에 넘겨졌다.

3일 뉴스1 등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은 이날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박왕열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왕열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필로폰 등 각종 마약류 총 17.7kg을 해외에서 국내로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파악한 마약 시가만 63억원 상당이다. 판매 대금과 범죄 수익까지 합치면 전체 규모는 130억원대를 웃돌며 계좌이체와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거액을 챙긴 정황도 확인됐다.
박왕열은 텔레그램 닉네임 ‘전세계’로 활동하며 여러 하위 판매 채널에서 조직적으로 마약을 판매해왔다. 구매자와 1대1 대화로 거래를 성사시킨 뒤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위치만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텔레그램으로 키운 조직형 마약 유통망
박왕열은 텔레그램을 앞세워 국내 마약 유통망을 짜고 판매총책과 중간 판매책, 계좌관리책, 자금세탁 담당까지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원 간 직접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마약은 필리핀과 멕시코, 베트남 등지에서 국제특송이나 운반책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고 일부는 커피 봉투 등에 숨겨 반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지적장애인이 운반책으로 이용된 정황도 드러났다. 유통된 마약은 필로폰 외에도 엑스터시와 케타민, 합성대마 등 여러 종류가 함께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현지에서 복역하던 인물이다. 이후 탈옥과 도피 생활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마약 범행을 설계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 교도소에서 알게 된 인물로부터 마약 유통 방식과 시장 구조를 배우고 해외와 국내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범죄를 키운 정황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필리핀 교도소 수감 중이거나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시기에도 국내 마약 유통망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사건의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송환 뒤 9일 만에 검찰 송치
박왕열은 지난달 25일 국내로 송환된 뒤 9일 만인 이날 검찰로 넘겨졌다. 송치 당일 의정부지검에 도착한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박왕열은 송환 이후 하루 10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여러 차례 받았다.
박왕열은 증거가 뚜렷한 혐의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규모를 줄이거나 공범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환 당시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초기화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는 모발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고 박왕열 역시 교도소 수감 중 장기간 필로폰을 흡입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범 260여명 추적, 범죄수익 환수도 수사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기존에 파악한 인원 외에도 추가 공범 30명을 특정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된 전체 공범 규모는 26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부 공급책과 자금세탁 관련 인물은 이미 검거된 상태다.
박왕열의 조카가 국내 마약 유통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추적이 진행 중이다. 경찰은 관세청과 국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과 공조해 추가 밀반입 경로와 탈세 여부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가상자산 지갑을 통해 오간 비트코인 거래 흐름도 분석해 범죄수익을 끝까지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텔레그램 등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한 마약 범죄가 국경을 넘는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며 해외 공급망부터 국내 판매 구조, 범죄수익까지 전방위적으로 추적하겠다고 밝혔다.